서사로만 Narrative 29

Charles Bukowski - 일상의 광기에 대한 이야기

내가 존경하는 지식인과 작가들은 그의 글과 행동이 일치하는 사람들이다. 단순한 지식 노동자가 아니라 지성, 지식인이라면 반드시 자신이 쓴 글에 책임을 지고 지키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 나이를 먹다보니, 글이 아니라 자신이 내뱉은 말조차 지키기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자기 이름을 걸고 글로 먹고 사는 작가라면 자신이 지킬 수 있는 진실만을 말해야 한다고 믿는다. 찰리 부코우스키...그는 정말로 잘 알려지지 않는 작가이다. 나 역시 우연히 만났으니까. 왜냐면 그는 70평생 미국에서 노가다 일꾼, 우편배달부, 백수와 같은 하층 계급으로 살면서 시를 쓰고 소설을 썼다. 게다가 그의 삶 또한 알코올과 섹스로 점철된 3류 인생이고 작품역시 그의 ‘쓰레기’같은 인생에 관한 이야기이다.(그는..

[시나리오] 처녀네 식당 - 이종언

작가 소개 이종언 - 시나리오, 연출 동국대학교 대학원 영화과 연출 본 작품의 수상경력 및 제작지원 금관 청소년 영화제 장려상 수상 1999 영진공 사전제작 지원 작품 #1. 오후, 처녀네 식당 안. 젊은 사내는 문에 있는 뿌연 창문으로 안을 힐끗 들여다 본 후,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온다. 먼지로 쌓여 있는 진열대 위의 식료품들, 천장과 기둥에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아슬하게 메달려 있는 거미줄과 먼지 뭉치들. 사내는 무심결에 탁자에 손을 짚었다가 묻어나온 먼지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진열대 양 옆으로는 밥도 팔고 술도 팔았을 것 갇은 네모난 탁자들이 놓여 있는데 의자들은 모두 가지런히 거꾸로 올려져 있다. 탁자들 사이를 지나 안쪽으로 들어서는 사내가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오래된 나무 바닥은 조용한 주변 ..

[시나리오] 소년기 - 임필성

작가 소개 *임필성 - 제작, 감독, 시나리오 1997 (16mm/CL/12min) Montecateni 단편영화제(Proposte) 공식부문 출품 1998 (16mm/CL/12min) 1999 (35mm/CL/34min) Venice 국제영화제 (New Territories) 공식 부문에 초대 끌레르몽 페랑 경쟁부문 전주 국제 영화제 단편 경쟁부문에 진출 부산 아시아 단편영화제 경쟁부문 진출 2000 현재 장편영화 (영화사 봄 제작) 시나리오 작업 중 본 작품의 수상경력 및 제작지원 *1998 부산 단편영화제 작품상 수상 , 와이드 앵글부문 초 청상영 *1999 클레르몽 페랑 필름 페스티발 경쟁부문 *Odense 국제 필름 페스티발 경쟁부문 *시카고 국제 필름 페스티발 경쟁부문 #1 프롤로그 / 할아버..

[시나리오] 창백한 푸른점 - 민규동

창백한 푸른점 빵의 상자 11.6.97. S #1 빵 내부 세트 전경에서 카메라가 상자로 다가가면 상자 위에 제목이 나타난다. 상자가 열리면 연기가 쏟아져 나온다. 연기 위로 스텝 자막과 주제 어구가 나타난다. 디졸브 S #2 토끼를 안고 참선 중인 남자. (괄호 안은 애니메이션) 1.우주의 생성. 발가락으로부터 틸업하면 약간 아래로 고개를 숙인 남자의 눈이 번쩍 뜨인다. 손을 양 옆으로 벌려 호흡을 조정한다. 양 손으로 조금씩 공기 중의 기를 모아 공을 만든다. 공을 조금씩 불려서 커다랗게 만든다. 만들어진 공을 하늘로 올려 튕긴다. (하늘로 날라올려진 공은 이글거리는 성운으로 변해있고 태초의 폭발처럼 터져버리고 태양과 지 구,달의 생성이 보인다.) 자리에서 일어나서 하늘을 올려다본 채 공을 받으러 조..

[시나리오] 끈 - 김지운

"끈" 1. 해면의 일렁거림 - 아주 천천히 아주 미세하게 물의 유동성을 이미지화 한다. 해초가 물의 흐름에 따라 아주 천천히 아주 미세하게 유동한다. 페이드 아웃 2. 해안선을 따라 몇 개의 울타리가 있고 그 사이로 길게 끈이 늘어져있다. 텅빈 바닷가, 길게 늘어선 끈이 약한 바람에 조금씩 흔들리고 갈매기들이 낮게 날아다닌다. 어디선가 바람에 날아온 신문지조각이 끈에 걸려 바르르 떤다. 페이드 아웃 3. 초여름, 대낮, 인적도, 차량도 없는 한적한 해안가에 빨간색 차 한 대가 시동을 꺼지 않은채 미세한 엔진소리를 내며 덩그러니 서 있다. 차 안엔 20대 중반의 여인 하나가 시트에 기댄채, 마치 숨이 멎은것처럼 미동도 하지 않는다. 그러다 정적을 깨는 핸드폰 소리에 잠을 깬 여자, 급하게 핸드폰을 찾는다..

[시나리오] 백일몽 - 이정국

백일몽 씬 1. 타이틀 하얀 바탕위에 커다란 글씨의 제목 '백일몽'이 떠올랐다 사라진다. 씬 2. 자취방안(아침) 담배를 피우며 고민스럽게 앉아있던 청년, 담배불을 끄더니 책상 위에 놓인 가위를 집는 모습이 클로즈 업으로 잡힌다. 가위로 얼굴을 문지르며 마치 자살이라도 할 듯 하더니 갑자기 가위를 쫙 벌린다. 그러나 카메라 빠지고 보면 그는 신문에서 구직광고란을 자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는 일어나 가방과 서랍등 여기저기를 뒤지더니 책상 아래서 노 트 하나를 꺼내 그 안에서 증명사진을 찾아낸다. 그는 증명사진을 써놓은 이력서 왼쪽 상단에 붙인다. 이력서를 통해 그가 지방상고생이란 걸 알 수 있다. 씬 3. 마당 평범한 한옥 집 마당의 자취방에서 청년이 거울과 면도기를 들고 수돗가로 나온다. 그는 ..

[시나리오] 지리멸렬 - 봉준호

검은 화면에 70년대 후반 애국조회 할때의 음악(또는 국민체조할 때의 음악) 흘러나온다. 곧 흰글씨의 한문 타이틀 『支.離.滅.裂』이 페이드인 된다.(관객의 50%, 무슨 글인지 순간적으로 읽지 못한다.) 곧이어 한문밑에 한글로 지,리,멸,렬,이 떠오른다. 잠시후 페이드아웃. 곧이어 '제 1 화' 『바퀴벌레』라는 소제목 페이드 인. 음악은 고상한 클래식으로 바뀌어 있다. Episode 1 제1화 바퀴벌레 S#1. 캠퍼스 숲길(낮) 대 학 캠퍼스의 조용하고 깨끗한 아스팔트 길. 주위는 온통 숲이 우거져 있다. (에피소드 1의 주인공인) 길 교수가 기분좋은 표정으로 걸어가고 있다. 저편 멀리 자신의 교수실이 있는 인문관 건물을 바라보는 길교수. 작은 몸집에 온화한 얼굴. 품위있으면서도 세련된 양복을 입고있다..

[시나리오] 다우징 - 김윤태

감독 : 김윤태 다우징(가제) 진(15세, 여) 1. 어둠속에서부터 간유리의 벗겨진 페인트 무늬들이 서서히 떠오른다. 부식된 초록색의 무늬들은 마치 이끼처럼 보인다. 2. 화면안으로 들어서는 한 인물의 뒷모습, 상반신, 소켓에서 전구를 돌려 빼낸다. 다른 전구를 갈아끼우고 꼭지를 돌리면 희뿌연 산광이 가득찬다. 타이틀 - 다 우 징 - 3. 진은 커다란 거울이 달린 낡은 옷장 앞에 서 있다. 군데군데 옻칠이 벗겨진 반쯤 열려진 옷장안에는 퇴색한 여름 원피스 몇벌이 걸려있다. 바닥에는 풀이 먹여진 이불 안감들이 접혀져있고, 진은 옷들 사이에 얼굴을 반쯤집어넣고 매캐한 좀약 내음을 한동안 흡입한다. 4. 나무마루가 깔린 교실. 장마의 끝물로 양말을 적시고 있는 바닥, 진은 나무의자에 눈을 감고 앉아 있다. ..

[시나리오] 다찌마와 리

다찌마와 리 1.프롤로그 검은 배경, 혹은 붉은 색 배경을 한 익명의 공간.(사실 붉은 배경이면 더 좋겠다.) 저 깊숙한 곳에서 유유히 걸어나오는 한 사나이. 실루엣으로 보이는 사나이는 롱코트에 중절모를 쓰고 있다. 여유 있게 걸어와 화면 앞에 서는 사나이. 그 위로 새겨지는 자막. – “수다 푸로덕슌 제작” 자막이 사라지면 사나이의 옆으로 진을 치는 4명의 악당들!(역시 실루엣으로 보인다.) 자막 – “미데아 포엠 제공” 사나이에게 덤비는 악당! 사나이, 가볍게 악당을 물리치면 동작을 멈추는 배우들. 자막 – “총천연색 영화” 이와 함께 나레이션이…… 나레이션 : 김두한 자막이 사라짐과 동시에 다시 사나이에게 덤비는 악당2. 역시 사나이의 발차기에 쓰러지며 멈추는 배우들. 자막 – “일백푸로 후시녹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