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사로만 Narrative

[시나리오] 소년기 - 임필성

버블건 2007. 11. 17. 10:14
작가 소개 *임필성 - 제작, 감독, 시나리오

 1997 <기념품(Souvenir)> (16mm/CL/12min) Montecateni 단편영화제(Proposte) 공식부문 출품

1998 <소년기(Brushing)> (16mm/CL/12min)

1999 <베이비(Baby)> (35mm/CL/34min) Venice 국제영화제 (New Territories) 공식 부문에 초대 끌레르몽 페랑 경쟁부문 전주 국제 영화제 단편 경쟁부문에 진출 부산 아시아 단편영화제 경쟁부문 진출

2000 현재 장편영화<엘리베이터> (영화사 봄 제작) 시나리오 작업 중 본 작품의 수상경력 및 제작지원 *1998 부산 단편영화제 작품상 수상 , 와이드 앵글부문 초 청상영

*1999 클레르몽 페랑 필름 페스티발 경쟁부문

*Odense 국제 필름 페스티발 경쟁부문

*시카고 국제 필름 페스티발 경쟁부문


#1 프롤로그 / 할아버지의 방, 오전 화면 가득히 지독히 못생긴 14살 소년, 영민이 잡힌다.
큰 얼굴에 주근깨, 뚱뚱한 체격. 뭔가에 긴장한 표정.
그는 지금 중증 치매 환자인 자신의 할아버지에게 점심상을 가져온 상태.
미친 기색이 보이는 노인은 영민을 노려보고 있다.
이윽고 숫가락을 들고 점심을 먹기 시작하는 할아버지. 영민: 맛있게 잡수세요... (자리에서 일어나려 한다) (할아버지, 국맛을 본후 미간을 찌푸리고 이에 영민은 긴장한다) (다시 영민을 노려보는 할아버지) (갑자기 국사발과 밥상을 영민을 향해 뒤엎어 버린다) (영민, 밥상을 뒤짚어쓴 애처로운 모습으로 서있다)
할아버지:(괴기스런 음성) ...어울려...너같이 못난 시끼한텐 그게 어울려... #2 타이틀 검정바탕에 세로체로 <少年期>란 제목이 보인다. 아이들이 흔히 부름직한 동요가 멀리서 아이들의 뛰노는 소리처럼 희미하게 들려온다. #3 화장실, 오전 영민, 음식 찌꺼기를 씻어내기 위해 샤워를 하며 소리내 운다. #4 안방, 오전 낡은 텔리비젼 수상기앞에 부모가 앉아 있다. 창백하고 지적인 인상의 어머니와 중후한 미남형의 아버지. 어머니는 과일을 깍고 있다. 아버지: ...여행 준비는... 어머니: 걱정 말아요... 아버지: 아버님은 누가... 어머니: 영민이 있잖아요. 아버지: 그녀석 괜찮겠어? 안그래도 아버지가 걜 굉장히 싫어하시던데. 어머니:(차갑게) ...그럼, 내가 남을께요. 아버지:(당황하며) 여보...그게... 어머니, 무언가에 흥분했는지 실수로 과일칼에 손을 밴다. 사과에 피가 번진다. 아버지, 그 사과를 성급하게 입에 집어넣으며... 어버지: 그래, 당신도 통 못쉬고 정엽이도 대학 들어가느라 고생했으니까... (쓸쓸한 한숨) #5 정엽의 방 오전 만화에 나옴직한 미남자인 형. 여행가방을 챙긴다. 가방 깊숙히 야한 잡지를 집어 넣는다. 무슨 생각이 났는지 자신의 책상 맨 아랫서랍을 열쇠로 잠근다. 열쇠를 여행 가방안에 집어넣는다. #6 아침 식탁 식탁뒤에 위치한 선반에 가족 사진이 보인다. 미남 미녀인 가족 구성원중 영민만 유독 튄다. 카메라 서서히 뒤로 빠지고 가족들 식사를 진행중. 영민외의 가족은 곧 여행을 떠날 채비다. 정엽: 우리, 며칠있다 오는 거예요? 아버지: 이틀쯤. 정엽: 할아버진요? 아버지와 어머니, 영민쪽을 슬금 쳐다보며... 아버지: 영민이가... 어머니:(건조하게) 할아버지, 약이랑 식단은 적어놓고 간다. 밥은 충분히 있구, 국은 데우고 반찬은 냉장고에 있어. 정엽: 이영민. 너, 나없다구 지난번 처럼 내방 뒤지면 죽여버릴줄 알아! 어? 영민:(기어들어가는 목소리) ...뒤진게 아니라 음악 들으려구... 내방엔 오디오가 없어서... 정엽:(신경질적으로) 뭐?? 어머니, 침착하게 정엽을 제지한다. 다시 식사가 계속된다. 조용한 와중에 어디선가 노인의 거친 기침소리가 들려온다. 영민의 시점으로 가족들의 여행채비, 가방등이 다소 왜곡되게 보여지고 할아버지의 기침소리가 거듭 들려온다. 영민:(기어들어가는 목소리) ...저...나두 가면 안돼요? 할아버지는 날 정말로 싫어해요... 식구들, 못들은척 하며 자신들의 이야기를 한다. 아버지: 이번에는 좀 푹 쉬다 오자. 어머니: 당신, 갈때 차막힌다구 짜증내지 말아요. 정엽: 이번에는 내가 운전해 볼까. 영민:(기어들어가는 목소리, 서늘한 톤으로) ...할아버지가 날 죽일꺼예요... 식구들, 못들은척 하며 식사는 계속 진행되고 이에 낙담한 영민, 젖가락을 식탁에 내려놓는다. 이 소리가 과장된 음향으로 들리고 이순간. 영민을 제외한 나머지 식구들, 천천히 영민쪽을 주시한다. 영민 잠시 머뭇거리며 자리를 뜨려하는데-- 어머니:(차갑게) 영민아. 아버지 수저 놓으시기 전엔 일어나지 말랬지. 정엽:(한두번이 아니라는 표정으로) 야, 너는, 진짜... 영민: 저는 다먹었는데요... 정엽:(과장되게 흥분하며) ... 이 새끼 봐라, 너 지금 그걸 말이라구 하는거냐?? 어머니: 정엽아! 아버지:(더 얘기하기도 지쳤다는 피로한 목소리로) 형말도 일리가 있어! 넌 너무 예의가 없어! (영민, 이지메 당하는 분위기에 울그락 불그락 해진다. 갑자기 젖가락을 형쪽으로 던지며 울부짖는 영민.) 영민: 나, 할아버지랑 있기 싫어! 할아버지, 방에 똥칠한단 말야! (정엽, 벌떡 일어나 영민을 한대 패며) 정엽: 이새끼가 드럽게! 그래, 너는 우리식구 아니라 이거지! (이말에 흥분한 영민, 이번엔 컵을 형에게 던진다. 아침 식탁은 이내 난장판이 된 다. 아버지 침울한 표정으로 낙망해 하고 어머니는 관조적으로 지켜본다) #7 거실, 잠시후 영민의 고통스런 얼굴을 클로즈업. 아버지, 무표정하게 자녀 교육에 관한 두꺼운 책으로 영민을 패고 있다. 이 광경을 멀리서 창백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어머니. 정엽은 고소하다는 표정으로 쌕을 둘러메고 신발을 신고 있다. 정엽: 아버지, 빨리 가요. 아버지:(계속해서 영민을 때리며 태연하게) 엄마 모시고 차에 가있어! (카메라, 매를 맞고 있는 영민의 얼굴을 빅클로즈업으로 잡는다. 왜곡된 렌즈를 사용해 기이한 느낌이 들게. 다시 영민의 눈을 빅클로즈업으로 비추고 그가 고통에 가득차 눈을 감는 순간, CUT) #8 영민의 집앞 영민 식구들이 탄 차가 붕하고 떠난다. #9 영민의 집, 난간 영민, 쓸쓸한 표정으로 차가 떠나는 광경을 바라본다. 그의 시선이 집 앞마당을 향하면 창백하게 죽어있는 나뭇가지들 사이로 할아버지의 모습이 보인다. 앞 마당에 있는 의자에 앉아 눈을 감고 있는 노인. 누군가의 시선을 의식한듯 서서히 눈을 뜬다. 영민,할아버지와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다른곳을 바라본다. 노인과 보내야 하는 이틀에 왠지 겁이 나는 영민. 서서히 저녁이 다가오고 있다. #10 영민의 방, 저녁 책상과 침대만이 횡댕그러니 놓여있는 영민의 방. 영민, 침대에 누운채 밖에서 들려오는 아이들 노는 소리를 듣고 있다. 그러나 잠시후 할아버지의 메마른 기침소리가 들려오고 영민, 괴로운듯 눈을 질금 감아버린다. #11 정엽의 방문앞, 저녁 영민, 희미하게 열려진 정엽의 방문앞에서 들어갈까 말까를 고민하고 있다. #12 정엽의 방, 저녁 CD 플레이어의 불이 켜지며 음악이 들린다. 동화적인 톤의 소녀취향 가요. 정엽의 독사진이 보이는 나름대로 잘꾸며진 방이란 점에서 관객들은 이방이 정엽의 방임을 알 수 있다. 영민, 음악을 들으며 조심스레 형의 방을 뒤지기 시작한다. 책상위의 필기구들, CD, 책장안의 책들을 주섬주섬 살피던 그는 이제 각종 서랍들을 열어본다. 영민이 서랍을 열때마다 특별할것 없는 물품들이 보여지다 잠시 시선을 가게 하는 것이 있다. 망치와 톱등이 들어있는 공구 세트. 영민은 잠시 관심을 보이나 곧 서랍을 닫아 버린다. 이번엔 책상 맨 아랫 서랍 차례다. 열리지 않는다. 영민이 있는 힘을 다해 당겨보아도 서랍은 꿈쩍 않는다. 영민은 점점 호기심으로 눈이 빛난다. 들여다 보이지도 않는 서랍속을 실눈을 뜨고 살펴보는 영민. 서랍속의 어둠에서 영민은 빨갛게 빛나는 무언가를 발견하고 화들짝 놀란다. 더욱 호기심이 발동한 영민은 열쇠를 찾기 시작한다. 그러나 열쇠의 행방도 오리무중. 방안을 맴돌며 전전긍긍하던 영민은 왠지모를 초조함까지 느낀다. 이때 CD 플레이어의 CD가 튀며 음악이 탁탁 끊기고 멀리서 할아버지의 기침소리가 들려오는것 같다. 영민의 미간이 일그러진다. 그의 시선으로 가족사진이 보여진다. 초라해 보이는 자신의 모습에 자괴감을 느끼는 영민. CD가 더욱 심하게 튀고 할아버지의 기침소리도 다시 들려온다. 영민, 짜증스런 한숨을 내쉰다. 서랍을 미친듯이 잡아당겨 보는 영민. 계속해서 CD가 튀자 신경질적으로 플레이어를 꺼버린다. 그순간. 영민은 무언가가 생각난듯 하다. --사이-- 공구함에 들어있는 망치와 톱으로 서랍을 부수고 있는 영민의 모습이 보인다. 이윽고 심하게 훼손된 서랍이 턱하는 소리와 함께 열린다. 칼라풀한 대형 인형이 횡댕그러니 나타난다. 그러나 그 대형 인형을 치우자 그 밑에 숨겨두었던 물품들이 드러난다.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은 카셋트 테잎. 사진 한장. 형이 마스터베이션을 한후 모아둔 듯한 휴지들이 비닐봉지에 들어 있다. 그리고 검붉은 빛이 풍겨나오는 양주 한병이 영민을 노려본다. 영민은 우선 카세트 테잎을 데크에 건다. 누군가의 정사장면을 녹음한듯이 느껴지는 음향이 들리기 시작한다. 사진은 영민이 빠진 가족사진이다. 형과 부모, 할아버지는 굉장히 밝은 표정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고 영민은 갑자기 기분이 극도로 우울해진다. 이번엔 양주 뚜껑을 여는 영민. 조금씩 맛을 보던 소년은 데크에서 들려오는 선정적인 음향때문인지 술의 향기 때문인지 양주를 벌컥벌컥 마셔버린다. --사이-- 아무런 음향도 들리지 않는 고요한 방안. 영민이 꼬꾸라져 있다. 그의 시선으로 텅빈 양주병과 박살이 나버린 서랍이 보인다. 벌떡 일어나는 영민의 시야에서-- #16 할아버지의 방, 밤 어둠속에서 어두운 형체로 나타난 영민은 곧 침대에 드러눕는다. 카메라 서서히 뒤로 물러나면 이방이 영민의 방이 아니라 할아버지의 방임을 알 수 있다. 영민, 할아버지 옆에서 깊은잠에 빠져들고 있다. 희미한 월광이 서늘하게 비치는 황량한 공간. 어두침침하며 구역질나는 분위기의 이방은 죽어가는 노인의 짙은 병색을 연상시킨다. 할아버지의 애장품인 소형 구형 트랜지스터에서는 40년대 트로트 음악이 모노톤으로 처량하게 들려오고 카메라, 영민의 눈을 극접사로 잡는다. 감은 영민의 눈동자가 이리저리 움직이는 모습이 기이하게 보여지고 트랜지스터에서 들려오는 트로트의 음색이 커진다. 그리고 우리는 영민의 꿈속으로 아주 천천히 걸어 들어간다. #17 영민의 꿈 인상을 알아볼 수 없는 짙은 실루엣으로 영민의 부모, 형이 영민을 위에서 바라본다. 세사람, 뭐라 자기들끼리 얘기를 한후 곧 사라지고 영민, 텅빈 천정을 쳐다보다 천천히 일어난다. 어디선가 트로트 음악 소리가 계속 들려오고 영민은 자신의 방을 빠져나온다. 집안 전체를 헤매 다니며 무언가를 찾는 영민의 모습이 그의 시점으로 보여진다. 집은 사물을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어둡고 누추하다. 가족사진의 인써트. 자신의 얼굴이 도려내져 있다. 그리고 그옆엔 생전 처음 보는 여자의 사진이 있다. 한참을 헤매던 영민이 냉장고의 문을 연다. 아무것도 없이 텅비어 있는 냉장고. 배에선 꼬르륵 거리는 소리가 난다. 다시 숨을 헉헉 거리며 무언가를 찾던 영민은 이윽고 낯이 익은 찬장을 발견한다. 손잡이를 움직여 찬장문을 서서히 열어보는 영민. 그곳엔 아주 차갑게 식은 밥상이 놓여져 있다. (희미하게 들리던 트로트의 모노톤이 역시 희미한 테크노 리듬과 기묘하게 뒤섞이기 시작한다) 영민, 그 밥상을 뚫어져라 바라본다. 바로 그때 아주 천천히 밥알과 생선구이의 살점이 없어지기 시작하고 테크노 리듬과 트로트의 모노톤이 강렬해진다. 그위로 영민의 혼잣말이 서늘하게 울려퍼진다. 영민의 독백: 할아버지는 날 정말로 싫어해요....할아버지가 날 죽일꺼야... #18 할아버지의 방 감은 영민의 눈동자가 이리저리 움직이는 모습이 기이하게 보여지고 혼잣말이 계속된다. 그러다 갑자기 눈을 뜨는 영민. 그의 눈과 소스라치게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는 할아버지의 시선이 교차된다. 잠시 지독한 정적. 그러나 할아버지는 마치 악마를 본듯 영민을 향해 괴음을 내지르기 시작한다. 할아버지 입에서 초록색 구토물이 올라올 정도로 발작이 극심하다. 이를 보다 못한 영민, 옆에 있던 베개로 할아버지의 얼굴과 입을 쳐 막는다. 영민, 질끈 눈을 감아 버리고 할아버지는 발작을 계속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 모든것이 정적속에 삼켜진다. 횡한 기운이 감도는 방안엔 트랜지스터에서 나오는 옛날 트로트가 조그맣게 들릴뿐이다. 베개를 치우는 영민. 할아버지는 눈을 뜬채 질식사해 있다. 영민, 아무렇지도 않게 할아버지의 눈과 입을 감긴 상태로 만든다. 자리에서 털썩 일어서는 영민. #19 영민의 방, 다음날 아침 평화로운 표정으로 단잠에 빠져있다 막 잠을 깬 영민. 이불과 자신의 팬티를 흥건하게 적신 정체불명의 액체를 살펴보고 있다. 끈적한 점액질을 만져보기도 냄새를 맡기도 하지만 영민은 자신이 첫 몽정을 했다는 사실을 정확하게 인지하는것 같지 않다. # 20 화장실 거울을 보며 양치질을 시작하는 영민. 입가에 치약 거품이 뭍기 시작한다. 칫솔을 문지르는 소리가 날카롭다. 이윽고 온 얼굴에 치약을 잔뜩 뭍힌 영민. 거실쪽에선 전화벨이 울리는 소리가 들린다. 이에 아랑곳없이 계속해서 양치질을 하던 영민, 잠시 멈춰 거울속의 자신을 들여다 본다. 온 얼굴에 치약을 잔뜩 뭍힌 채로 아주 천천히 웃기 시작한 영민의 얼굴이 어느새 함박 웃음이 된다. # 암전 # 21 라스트 씬 철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며 서서히 F.I 하면 영민의 시점으로 집 문이 열리며 화사한 아침 햇빛이 쏟아지는 광경이 펼쳐진다. 가방을 메고 학교에 가는것 처럼 보이는 영민. 집 근처의 텅빈 공원을 쓸쓸히 빠져나간다. 영민의 뒷모습이 원경으로 보인다. 천천히 공원길을 내려가는 영민의 발걸음이 카메라의 특수 촬영으로 급작스럽게 빨라지며-- CREDIT, (초등학생 아이들의 청명한 합창으로 타이틀에 나왔던 동요가 들린다)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