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이윤기) "나는 올라가고 싶지 않아. 게다가 이 술, 내일 아침까지 말짱하게 깰 것 같지 않고……." "그래도 선생님……." "그러니까 상선사는 너희들이나 올라갔다 내려오너라. 완허 스님 찾아보는 거 잊지 말고……." 한재기 교수가 전날 밤에 이렇게 분명히 일렀는데도 불구하고 학생 대표는 신새벽에 한 교수와 내가 자고 있던 여관방 문을 두드리면서, 함께 상선사 오르자고 졸랐다. "선생님께서 올라가 주시면 저희들은, 저희들 눈으로 볼 수 없던 것들도 볼 수 있게 됩니다." "지금 그 눈으로 보고 와도 좋아. 내가 본 것은 내 것이지 너희들 것이 아니야. 그러니까 힘 좋은 너희들이나 올라갔다가 내려오너라." "하지만 선생님께서 보신 것을 저희들에게 가르쳐 주시면 저희들은 선생님 눈으로……." "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