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13

[단편소설] 손가락 - 이윤기 (99년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 수록)

손가락 (이윤기) "나는 올라가고 싶지 않아. 게다가 이 술, 내일 아침까지 말짱하게 깰 것 같지 않고……." "그래도 선생님……." "그러니까 상선사는 너희들이나 올라갔다 내려오너라. 완허 스님 찾아보는 거 잊지 말고……." 한재기 교수가 전날 밤에 이렇게 분명히 일렀는데도 불구하고 학생 대표는 신새벽에 한 교수와 내가 자고 있던 여관방 문을 두드리면서, 함께 상선사 오르자고 졸랐다. "선생님께서 올라가 주시면 저희들은, 저희들 눈으로 볼 수 없던 것들도 볼 수 있게 됩니다." "지금 그 눈으로 보고 와도 좋아. 내가 본 것은 내 것이지 너희들 것이 아니야. 그러니까 힘 좋은 너희들이나 올라갔다가 내려오너라." "하지만 선생님께서 보신 것을 저희들에게 가르쳐 주시면 저희들은 선생님 눈으로……." "네가..

한국 공포문학 단편선 中 [모텔 탈출기] 박동식

한국 공포문학 단편선 中 [모텔 탈출기] 박동식 영화화가 진행중이다. ---------------------------------------------------------------- 이건 정말 큰일이다. 초등학교 때, 엄마가 아끼던 200만 원 짜리 도자기를 깼을 때보다 더 혼이 날 것 같다. 물론, 그 도자기보다 비싼 건 아니지만, 욕실에 나뒹굴고 있는 이 육체는 자칫하면 내 인생을 망쳐버릴 수도 있다. 어쩐지 너무 쉽게 모텔까지 데리고 오나 했는데, 사람일이란 새옹지마 라고 말도 안 되는 일이 터져 버린 것이다. 엄마의 화난 얼굴과 이제 한 달 후면 결혼하게 될 나의 피앙세 (fiance), 정화의 실망한 얼굴이 오버랩 되기 시작한다. 두 시간 전, 채팅에서 만난 가출소녀와 20만원으로 밤을 같이..

Charles Bukowski - 일상의 광기에 대한 이야기

내가 존경하는 지식인과 작가들은 그의 글과 행동이 일치하는 사람들이다. 단순한 지식 노동자가 아니라 지성, 지식인이라면 반드시 자신이 쓴 글에 책임을 지고 지키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 나이를 먹다보니, 글이 아니라 자신이 내뱉은 말조차 지키기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자기 이름을 걸고 글로 먹고 사는 작가라면 자신이 지킬 수 있는 진실만을 말해야 한다고 믿는다. 찰리 부코우스키...그는 정말로 잘 알려지지 않는 작가이다. 나 역시 우연히 만났으니까. 왜냐면 그는 70평생 미국에서 노가다 일꾼, 우편배달부, 백수와 같은 하층 계급으로 살면서 시를 쓰고 소설을 썼다. 게다가 그의 삶 또한 알코올과 섹스로 점철된 3류 인생이고 작품역시 그의 ‘쓰레기’같은 인생에 관한 이야기이다.(그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