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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earwater - My Good Deed

버블건 2007. 11. 25. 11:57

Shearwater


쉬어워터의 <Winged Life>는 윌리엄 블레이크(William Blake)의 시구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현세적 기쁨에 집착하여 숭고한 삶을 파괴하는 사내, 영원의 초엽을 사는 사내.
조 나단 메이버그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이 제목은 우리가 이번 음반에 수록할 이야기들을 연결시키는 적절한 제목이다. 새 앨범의 모든 노래들은 삶에서 가장 결정적인 순간들에 직면한 사람들에 대한 노래이다. 지금 이 순간의 귀중함과 막연함, 이 두 가지가 다 테마이다. - 그건 계속 매달릴 수도 없고 매달려서도 안 되는 그 어떤 것이다.” (21세기의 우리에게 록 음악이 주어진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록 음악의 그 다양한 변형들 속에서 젊은이들은 일찌감치 시인으로 등극한다. 간혹 그들이 인디펜던트 레이블에서 자본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상태에서 자신들의 삶에 대한 근심을 노래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우리가 삶의 허허로움을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방식 중의 하나이다.)

쉬어워터의 음악을 이야기하기 위해 늘 수반되는 것이 바로 오커빌 리버(Okkervil River)이다. 성 페테스부르그 근교의 강 이름을 밴드명으로 가져온 오커빌 리버는 우리 세대의 블루스를 가진 밴드이다. 오르간, 휘들, 불리처, 만돌린, 페달 스틸 기타 등과 함께 포크적인 특질을 가지고, 삶의 리얼리티의 이면에 다름 아닌, 부조리함과 가혹함에 기반한 기괴한 발라드들을 통해 격정을 대신하는 우리 세대의 블루스를 가진 밴드이다. 90년대 후반에 오스틴에서 결성되어, 독특한 음악적 자장으로 이미 세 장의 정규 앨범을 통해 그 명성을 획득한 오커빌 리버는 윌 로빈슨 세프(Will Robison Sheff)와 세스 워렌(Seth Warren)을 중심으로 결성한 밴드이다. 그들 가사의 문학적 반향뿐만 아니라 그 어떤 조성의 조화로움과는 무관하지만, 한편으로 그 자체로 충족적인 음악으로 이름을 얻기도 한 오커빌 리버에 지리학과 조류학을 전공하고, 데이빗 길모어 솔로를 몇 시간이고 열심히 연습하곤 하는 조나단 메이버그(Jonathan Meiburg)가 합류했고, 윌 세프와 조나단 메이버그는 둘만의 프로젝트로 쉬어워터의 음반 작업을 했다. 윌 세프는 오커빌 리버의 중심에서, 조나단 메이버그는 쉬어워터의 중심에서, 그리고 서로 쉬어워터의 일원으로, 오커빌 리버의 일원으로 지금까지 함께 했다.

2003년에 발매한 오커빌 리버의 세 번째 정규 앨범 <Down the River of Golden Dreams>는 이들 음악의 그야말로 진일보한 삶과 음악의 상호적인 오케스트레이션으로 크게 인정을 받았다. 그리고 쉬어워터는 일시적인 프로젝트를 넘어서, 윌과 조나단 외에 드럼과 바이브라폰 연주자 토르 해리스(Thor Harris)와 베이스 연주자 킴 버크(Kim Burke)가 합류한 4인조 밴드의 진용을 갖추게 되었다. 2001년에 발매된 데뷔 앨범 <Dissolving Room>과 2002년의 <Everybody Makes Mistakes>는 이미 조나단 메이버그 음악의 키워드들이 나열된 앨범들이다. 그의 때로 가성으로 높이 올라가는 목소리가 노래하는 곡들은 모호하지만 주의를 기울이게 하는 은유와 노래 속의 화자들이 들려주는 서술적인 방식으로, 그를 현세적 삶의 그늘진 곳과 보이지 않는 마음 속의 욕망을 들여다보는 마이스터징어(Meistersinger)로 위치하게 한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앨범 <Winged Life>는 더욱 그의 키워드들을 강화한 셈이다.


첫 번째 수록곡 “A Hush”는 이상하게도 그리고 불균질적이게도 어느 때인가의 알이엠(R.E.M)을 생각나게 하는 곡이지만, 조나단 메이버그의 떨리는 가성이 올라가다가 멈춘 순간은 마치 허공에 매달린 삶처럼 공허하게 떠도는 인간조건의 어긋나버린 순간을 지시한다. 현의 개입은 더 이상 노래 속 화자의 감정선이 아니라 청자의 숨죽이는 호흡을 따른다. “My Good Deed”는 사랑을 믿으면서, 동시에 먼저 그 사랑을 저버리고 싶어하고, 또 그 사랑이 채워지지 않으면 치떨리는 외로움과 동반관계가 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미 자신의 이기적인 욕망의 흔적을 지울 수 없는, 지극히 냉소적인 서사이다. 벨 앤 세바스찬의 악동과도 같은 그 어떤 서사와도 마찬가지로, 이 노래 역시 서사가 중심에 있고, 그것을 반주해주고, 그것에 따라가는 선율이 형성된 곡이다. 이 씁쓸한 이율배반적인 사랑의 후일담이 화자의 그 어떤 진실보다 투명하게 그 자신을 반영한다. “Whipping Boy”는 밴조의 현대적이며 대안적인 운용에 대해서 가장 매혹적으로 쉬어워터의 음악적 기량을 드러낸 곡이다. 그 어떤 자폐적인 기타 밴드의 곡들에서도 들을 수 없는 반복과 리듬의 문제를 음악적으로 사고한 트랙이다. 쉬어워터가 참조하고 있는 블루스나 컨트리의 그 어떤 지점보다 이들 음악의 근간을 들여다보게 한다. 그것은 다음 곡으로 넘어가는 끼익거리는 브릿지와의 대조를 통해 더욱 선명해진다. 한없이 잠겨드는 슬픔의 음색들이 사실 음험하게도 그 슬픔을 가장한 내면의 표정을 반대로 드러내보여주곤 한다면, “A Makeover”는 ‘살아간다는 것이 그런 거 아니겠어’라고 자조적으로, 절반쯤은 경쾌하게, 솔직히 이야기하는 곡이다. 사실 이런 곡들이 가장 흔하게 인디 밴드들이 노래하는 클럽에서 들려오는 류의 곡이지만, 이 곡이 버린 가장된 슬픔의 음험함이야말로 쉬어워터의 장점일 것이다. “St. Mary's Walk”는 가스펠을 노래해야 걸맞을 것 같은 우아한 음성으로, 바닷가 소년의 최초의 경험을 노래한다. “(I've Got A) Right to Cry”와 더불어 전부를 보여주지 않고도 그 전부를 노래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곡이다. “(I've Got A) Right to Cry” 역시 이 앨범에서 몇 개의 중요한 음악적 정점 중의 하나이다. 그런 의미에서 “Wedding Bells are Breaking that Old Gang of Mine”은 상대적으로 평범하지만, 그런 의미에서 보편적으로 공감을 획득할 수 있는 곡일 것이다. 안정적인 가정을 꾸린 친구들이 자신들의 과거와 미래를 뒤돌아보지 않는다고 해서 영혼의 부재라고 한탄할 수 있는 것이 이 노래 속 화자가 자신을 항변하는 방법이라면 어찌할 도리가 없다. 그 순간의 의미에 매달릴 수도 없고, 매달려서도 안 되는 삶의 그 막연하지만, 기억에는 강렬하게 남아있는 순간들에 대한 노래인 “The World in 1984”는 피아노 연주와 함께 부모의 세계로부터 떠나게 되는 열 여섯의 기억을 담고 있다. “Sealed”는 이 앨범에서 가장 강력하게 부서지는 순간을 마련해놓은 곡이다. 높이 올라가는 가성이 마치 기도하듯이 예비하고 있는 것은 바로 그 부서짐의 표상이다.

<Winged Life>는 쉬어워터의 세계에 완전히 동의할 수는 없다 할지라도, 귀 기울여 함께 들을 수 있는 많은 이야기가 있는 세계이다. 얼트 컨트리와 윌리엄 블레이크라는 미국적 토양에 스며든 닉 드레이크 이후의 세대들이 음악적으로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는 세계이다. 오르간과 현이 자연스럽게 기타 사운드와 만나고 샘플링과 밴조가 함께 할 수 있는 음악적 다양성 또한 이들이 자신들의 음악을 더욱 설득력 있게 만들 수 있는 방식이다.

쉬어워터는 한국 팬들에게 자필 메시지를 보냈다. 현재 이라크 전쟁과 무력적 전쟁에도 동조하는 네오콘의 신보수주의가 장악한 미국적 세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이들은 ‘전쟁과 비참함 외에도 다른 것을 수출할 수 있어서 기쁘다’는 소감을 써보냈고, <Winged Life>에서 랩 스틸을 연주한 하워드 드레이퍼는 한국계 미국인인 그 자신의 정체성을 밝혔다. 우리가 이 위악한 세계에서 약한 두 주먹이나마 들고 음악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들이 서로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면 얼마나 기쁘겠는가.

김미영(The Art of Parties)



 



Shearwater - My Good Deed



I tried to save a girl I truly loved
And didn't quite know how to help her
So now she's sleeping as her parents up above
Cry over things that they can't tell her


And when I did my good deed
I thought I'd feel unbroken gladness
But standing in the street alone
I just felt sinking sadness


Girl, your dad will not us bless
So hang up your veil and dress
Look at me and take one guess
Where this best-intentioned love will lead us


I once felt a feeling fully through
Though I knew I shouldn't feel it
Because to act on it I'd be a person
Who should be slapped into a straitjacket


So every time it comes around
I just let it die inside me
You said, "I only come around
Because I just need you to hide me"


So we knelt in those dead weeds
Sticks and sharp rocks cutting into our knees
And I thought that we would freeze
But there was just too much warm blood in our bodies


I'm not going to make you take the pills
Though you should really think about it
The fire by which we both were almost killed
Glowed so beautiful Don't doubt it


But we have to make a choice now
Can we glow without it?
There's a space I tried to fill
But I'm seeing now I never will
You fly around while I stand still
Until I slowly just get smaller and smaller


I tried to save a girl I truly loved
And I never would desert her
But we both found out that I was dreaming
Of the day I thoroughly could hurt her


And I saw myself inside her eyes
This shrinking would-be savior
Resented her for never needing him
And couldn't wait just to betray her


So we drove back to her place
From the temporary home that we had made
And I stepped back into the street
Feeling the fullest moment of my life
Slowly shrink away from me



나의 훌륭한 행동

나는 진심으로 사랑했던 한 소녀를 구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어떻게 그녀를 도와야할지 알지 못했어.

이제 그녀는 잠들어있고, 저 위의 그녀의 부모들은 자신들이 그녀에게 말해주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한탄하고 있지.

그리고 내가 훌륭한 행동을 했을 때, 나는 깨질 수 없는 기쁨을 느꼈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거리에 홀로 섰을 때는 깊이 잠겨드는 슬픔에 빠졌어.

소녀여, 너의 아빠는 우리를 축복하지 않을 거야, 그러니 이제 너의 베일과 옷을 벗어.

나를 바라봐, 그리고 최선의 의도를 가진 사랑이 우리를 어디로 향하게 할지 한번 생각해봐.

나는 한때 완전히 충족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

비록 내가 그렇게 느껴서는 안 될 거라는 것을 알았지만,

왜냐하면 그 느낌대로 행동하려면, 나는 스스로를 구속시켜야하는 사람이 되어야했지.

그래서 그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내 안에서 그게 사라지도록 했어.

너는 말했지, ‘날 숨겨줄 사람이 너이기 때문에 돌아온 것뿐이야’,

그래서 우리는 무릎 사이로 파고드는 죽은 풀들, 나뭇가지, 날카로운 바위들에 무릎을 꿇었지.

난 우리가 얼어버릴 것이라고 생각했어,

그러나 우리의 몸 안에는 너무나도 따뜻한 피가 있었어.

나는 너에게 약을 먹일 생각은 아니었어, 비록 네가 정말로 그걸 잘 생각해봐야했었지만.

불 때문에 우리는 너무나 아름답게 타올라 거의 죽을 뻔했지

-그걸 의심하지마-

그러나 우리는 이제 선택을 해야만 해.

그것 없이도 우리가 타오를 수 있을까?

내가 채우려고 노력했던 공간이 있었지,

하지만 지금 나는 결코 채우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알아.

너는 내가 가만히 서있는 동안 주변을 날지, 내가 천천히 점점 작아질 때까지.

나는 정말 사랑했던 한 소녀를 구하려고 노력했어,

그리고 난 결코 그녀를 버리지 않을 거야,

그러나 우리는 잘 알지, 내가 그녀에게 철저하게 상처를 입힐 수 있는 날을 꿈꾸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나는 그녀의 눈동자 안에 비친 나를 들여다보았어,

위축되고 있는 자칭 구조자인 나는 그녀가 나를 결코 필요로 하지 않고,

내가 배신할 때까지 그녀가 기다릴 수 없다는 것 때문에 그녀를 원망하고 있었어.

그래서 우리는 잠시 동안 집으로 삼았던 곳에서 그녀의 집으로 돌아갔지,

그리고 나는 거리로 물러났어,

내 삶의 가장 충만한 순간이 서서히 나에게서 사라져버리고 있다는 것을 느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