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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 여성노동자 투쟁 다룬 작품 잇단 발표 (2007. 12. 1)

버블건 2008. 3. 14. 14:24
해고 여성노동자 투쟁 다룬 작품 잇단 발표
"비정규직 여성 외침 담았습니다"
■ 마당극 '하느님 우리들의 하느님'
청사관리 용역원 해고문제 다뤄
입력시간 : 2007. 1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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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 박강의 대표
전체 비정규직 인구 중 여성이 70%를 차지할 정도로 많은 수의 여성이 고용불안의 환경에 처해 있다. 이 가운데 최근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의 삶을 통해 '차별없는 세상'을 모색해보는 작품들이 마당극ㆍ다큐 영화로 제작, 발표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놀이패 신명의 마당극 '하느님, 우리들의 하느님'과 2007호남인권영상제 대상작인 '비상'의 '지금 보고 계신거죠' 두 편이 그 것. 이 들에는 '인간답게 일하고 싶다'는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의 외침과 투쟁이 생생하게 담겨져 있다.

두 작품은 국가와 사회의 고용정책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과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의 입장을 대변한다. 이들 작품 내용을 살펴보고, 연출자들에게서 제작 배경과 바람을 들어봤다.

광주시 청사관리 용역원 해고 문제를 다룬 '하느님, 우리들의 하나님'은 지난달 21일 광주 5ㆍ18기념문화센터가 당초 신청 내용과 다른 작품을 공연하려 한다는 이유로 대관을 취소해 논란이 됐던 작품이다.

박 대표는 결국 지난달 23일 센터 인근에서 야외 마당극 형식으로 예정됐던 공연을 진행했다. 박 대표는 "정월대보름에 아녀자들이 잡귀를 몰아냈던 진도 지방의 도깨비굿을 작품화하던 중 생각을 바꿔 지역 노동계의 현안 중 하나인 광주시청 여성 비정규직의 이야기를 줄기삼아 경제질서의 모순을 비판하려 했다"고 작품 취지를 설명했다.

'하나님, 우리 하나님'에서는 계약기간이 끝난 후 일터를 잃은 노동자들이 몸과 마음을 추스리며 원직복직 투쟁을 벌이고, 분주히 오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직장 복직을 염원하는 삼보일배 모습이 묘사된다.

또 비정규직 아주머니들의 단체사진을 퍼즐식으로 나눠 부채춤을 추는 대목과 시위를 재현한 결사투쟁 장면, '형님도 생각나요?'라며 해고 전 상황을 회상하는 노동자들을 보여준다.

박 대표는 "'하나님…'에서 청사관리 용역원으로 일했던 노동자들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왜 일어나게 되었는가에 대해 추적하면서 공고화된 위계질서 속에서 짓눌린 노동자들의 현실을 드러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광주시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이야기는 투쟁 훨씬 이전의 기억들을 불러내기도 하고, 지금 이 순간 진행형의 어떤 사건들에 대하여 불현듯 의문을 던지기도 한다"며 "이 마당극을 통해 누구나 차별없이 일할 수 있는 고용평등, 남녀평등 희망의 세상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 다큐영화 '지금 보고 계신거죠'
용역업체 직원 윤옥주씨의 추석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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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영상팀 '비상'의 백종록, 김영순, 이정훈씨(왼쪽부터).

2007호남인권영상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프로젝트팀 '비상'의 다큐멘터리 영상물 '지금 보고 계신거죠'는 광주시청 청사관리를 담당했던 용역업체 직원 윤옥주 씨의 추석나기를 다뤘다.

이정훈(30), 백종록(30), 김영순(42) 씨 세 명은 공동 제작한 다큐 영화를 통해 '왜 광주시청 청소용역 파견 관리요원들이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는가?'를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한다.

광주노동자문예운동연합 영상패에서 활동해온 김영순 씨는 "비정규직이 계속 양산되는 상황에서 이들에 대한 차별 대우는 반복되고 있으며 특히 여성들이 이에 많이 노출돼 있다"며 "아직도 여성들은 결혼과 육아 등의 과정에서 퇴직을 강요당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단편 영화감독으로 활동하는 백종록 씨는 "정부의 고용정책 유연화가 비정규직을 유발하고 있으며, 특히 일정기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을 의무화한 비정규직보호법이 오히려 지속적인 고용을 어렵게 하는 것으로 악용되고 있다"며 "이와 같은 모순된 결과들을 낳는 정책이 조속히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 씨는 "앞으로도 지역사회에서 논란을 불러 일으키는 사안들에 대해 영상활동을 통해 적극적으로 알리고, 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가겠다"고 말했다.

김민경 기자 mk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