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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버튼의 초기 단편 <빈센트>, <프랑켄위니>

버블건 2008. 5. 5. 20:27
 

빈센트

 

 



프랑켄위니





팀버튼의 초기 단편 <빈센트>, <프랑켄위니>

빈센트 말로이라는 이름 대신 50년대 호러영화의 스타였던 빈센트 프라이스가 되기를 꿈꾸고, 자신의 개를 좀비로 만들고 싶어하며, 고독과 슬픔의 어두운 그늘 속에 있기를 희망하는 고립된 소년 빈센트. 한때 애니메이터로 일했던 디즈니를 나와 만든 첫 번째 스톱 모션 단편 애니메이션 <빈센트>는 팀 버튼에 관한 모든 것의 시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빈센트 프라이스의 음산하면서도 매혹적인 내레이션으로 진행되는 이 단편은 어두운 흑백 화면과 기괴한 캐릭터로 기괴하면서도 우울한 소년의 내면과 환상을 그려간다. 비쩍 마른 팔과 다리, 움푹 패인 눈, 뻣뻣한 폭탄 머리 등 외모부터 그 우울한 세계까지 7세 소년 빈센트는 어릴 때부터 혼자 있기를 즐겼고 만화와 영화, 특히 호러영화를 좋아했던 팀 버튼 자신이 고스란히 투영된 모습이었다.

여기서 자신의 개를 좀비로 만들고자 했던 소년 빈센트의 소망은 이후 팀 버튼의 두 번째 단편 <프랑켄위니>에서 실현된다. 사고로 죽은 애견 스파키를 좀비로 부활시킨 소년의 이야기인 이 영화는 고전 호러영화에 대한 팀 버튼의 존경 어린 헌사이기도 하다.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사고로 죽은 개 스파키의 시체를 무덤에서 가져와 볼트로 목을 고정하고 여기저기를 꿰맨 후 전기 충격으로 몬스터 개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살아난 스파키는 난폭하게 뛰어다니며 문제를 일으키고 이에 화가 난 어른들 역시 가만히 있으려 하지 않는다.

고전 호러영화 <프랑켄슈타인>에 대한 오마주인 이 영화에서 팀 버튼은 고전영화의 느낌과 시각효과를 그대로 표현한다. 고딕 스타일의 불길한 무덤 풍경, 무덤에서 파 온 개의 시체, 조명과 카메라의 움직임 등은 고전적인 호러영화의 코드들을 팀 버튼 식으로 다시 표현한 것이다. <빈센트>로 시작돼 <프랑켄위니>에서 좀 더 확장된 죽음과 현실, 과학과 주술이 공존하는 세계는 이후 <가위 손>과 제작을 맡았던 <크리스마스의 악몽> <유령신부> 같은 영화들에서 일관되게 변형되고 반복, 재창조되며 팀 버튼만의 독특한 영화 세계를 만들어갔다.


- 필름 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