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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블건 2009. 9. 18. 20:06
기술이 아니라 영혼을 담다
‘2009시민영상페스티벌’ 대상작

이정우 기자  


▲ <Off Screen>을 만든 백종록 감독.
ⓒ 전라도닷컴

광주시청자미디어센터의 요청을 받고 ‘2009시민영상페스티벌’ 예선 심사위원을 맡았다. 필자를 포함한 4명의 예심위원들이 전국 각지의 참가작 총 128편 중에서 본선에 오를 만한 작품을 선출하는 일이었다.

극 영화,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등 참가작들의 장르가 다채로웠다. 고등학생부터 대학의 관련 전공자, 보통의 시민들까지, 참여자들의 폭도 넓었고, 주제 또한 여러 가지였다. 작품들의 시간은, 짧게는 10여분, 길게는 1시간까지 다양했다. 예심위원들은 17편의 작품을 본선에 제출했다.
본선 심사는 지난 6월26일∼27일 이틀간 미디어센터에서 심사위원과 일반인들이 함께 17편의 작품을 보고 결정하는 방식이었다. 일반인들에게는 관객상 선출권한이, 본심위원들에게는 대상을 포함한 나머지 상에 대한 결정권이 주어졌다.

예 심과정에서 한 작품이 특별하게 눈에 띄었다. 저 작품이 대상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른 예심위원들과 따로 이야기를 나눠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분들 또한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만큼 작품은 매력적이었다.

작품성과 흥행성 살려낸 백종록 감독의 역량
바람대로 그 영화가 대상을 받았다. 광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백종록 감독의 작품 이다. 흥미롭게도 은 관객상까지 거머쥐었다. 일반인과 전문가 모두가 한 영화를 추켜세운 것이다. 한 때 칸영화제 그랑프리 작품을 놓고 ‘죽음의 키스를 받았다’고 표현했다. 전문가의 선택에 따라 ‘작품성’은 인정받았다 하더라도, 대중들의 선택, 곧 ‘흥행’에서는 참패하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은 ‘2009시민영상페스티벌'이라는 시공간에서 작품성과 흥행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셈이다.(여기서는 과 다른 영화의 ‘차이’에 주목하고자 한다. 그래서 의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기로 했다. 볼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이다.)

의 성취는 분명 돋보였다. 심사위원과 관객 모두의 지지를 받았다는 사실 외에도 “수상작을 뽑는 데는 어려움이 많았지만 대상을 결정하는 데는 이견이 거의 없었다”는 본심 관련 뒷얘기를 들었다. 의 탁월성에 대한 증거가 아닐 수 없다.
이 지면이 에 기립박수를 치기 위해 할애된 공간은 아닐 터이다. 하지만 할 수 있는 한 그러고 싶다. 은 ‘메이드 인 서울’의 수많은 작품들을 훌쩍 건너뛰어 버렸다. 영화 전공자들의 작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메이드 인 서울’은 매우 교과서적인 ‘TV문학관’을 보는 느낌이었다. 창의성, 도발적인 문제제기와 같은 독립영화의 감성이 경쟁하고 있는 장에서, ‘TV문학관’은 확실히 심심할 수밖에 없다. 은 창의와 도발의 미덕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관객들을 심심하게 하지 않았다.

모범답안과는 거리가 먼 창의와 도발
서울의 전공자들이 만든 작품들은 왜 TV문학관을 많이 닮고 있을까. 기성의 질서에 사뿐히 연착륙하고픈 소심한 욕망 때문은 아닐까, 라는 냉소적인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마치 사지선다형의 답을 맞추듯 모범적이었다. 하지만 두말할 것도 없이 영화는, 혹은 예술은 주관식이다. 모범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그들은 화면은 잘 알았지만 화면 바깥(Off Screen)은 잘 모르는 것 같았다. 그러니까 영화는 아는데 세상을 잘 모르거나 고민이 부족해 보이는 것이다. 영화를 만드는 데 필요한 기술과 장비는 점점 쉬워지고 있다. 탄생 100년을 넘기면서 영화적 표현 양식도 충분히 시도되었다. 기술과 표현양식 그 자체는 점점 더 구경거리로서 매력을 잃어가고 있다. 결국은 영혼의 문제다. 영혼의 필요라는 범위 안에서 기술과 표현양식의 존재이유가 있다.

은 이 대목을 놓치지 않고 아름답게 구현했다. 구현의 주체가 광주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점이 우연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서울이 기술과 자본의 천국이라면, 광주는 영혼의 배양지이다,고 믿고 싶었다. 은 이 믿음에 화답해주었다. 광주사람으로서 고마웠다, 참으로, 많이.
이정우 <문화웹진 씨네트워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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