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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 대신 사색과 토론이 기다리는 여름 (2002. 6. 29)

버블건 2008. 3. 14. 14:41
열정 대신 사색과 토론이 기다리는 여름
2002년 06월 29일 (토) 00:00:00 시민의소리 webmaster@siminsori.com
'월드컵 끝나고 이제 무슨 재미로 살지?'
월드컵에 푹 파묻혀 지내던 '붉은 악마' 시민들에게 걱정거리가 생겼다. 장마와 함께 무더워져 가는 여름밤을 어디서 보내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 것.
이들을 위해 전남대와 청년글방이 흥미로운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실크로드를 타고 넘나든 문명교류의 역사와 신숙주, 훈민정음, 서양의 자유철학, 비교문학에 이르기까지 동서양을 망라하는 인문학 이야기가 여름 밤을 수놓을 예정이다. 전남대 인문학연구원이 오는 5일부터 26일까지 매주 금요일 오후 7시 30분 '여름밤에 듣는 인문학 이야기'를 마련한 것.

이는 전남대 인문학 교수들의 연구모임이 개방된 것으로 문학비평과 이론독회, 수요토론회, 한·중·일 소설연구회, 어문연구회 등 4개 연구모임이 함께 해 성숙한 담론의 장을 기대하고 있다.

최근 들어 인문학의 위기에 대해 많은 비판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우리 사회의 정신적 위기에 대해서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정작 인문학의 가치 회복과 위상 재정립에 대해서는 미미한 움직임을 보였다는 견해가 많다.

성진기 연구원장은 "이번 강좌들을 통해 문학과 역사, 철학적 담론을 통한 인문학의 재건을 이뤄가고자 한다"며 많은 사람들의 참여를 당부했다. 이는 닫혀있던 상아탑 연구의 개방이라는 점에서도 신선한 시도로 평가받고 있다.

월드컵은 끝나도 즐거움은 계속된다
전남대인문학연구원 인문학이야기, 청년글방 영화강좌마련


한편, 책보다는 영화에 관심이 많은 이들은 또다른 토론의 장이 마련되 있다. 전남대 정문에 위치한 청년글방에서 8월까지 매주 목요일 '영화강좌'를 열 예정이다.

영화 과잉의 나라 한국. 800만이 한 영화를 보는가 하면, 우후죽순처럼 영화제들이 생겨나고, 영화를 통하지 않고서는 철학도, 문학도 할 수 없다는 듯이 너도 나도 영화에 대해 한 마디씩 거들기를 망설이지 않는다. 개국이래 영화가 이처럼 위세 등등했던 시절은 없었다.

그러나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그 내부를 들여다 보면, 과연 영화가 누리는 지금의 지위가 굳건한 기초 위에 서 있는 것인지는 의문이다"고 지적한다. '친구'로 부터 시작해 '신라의 달밤', '두사부일체', '조폭마누라' 등의 조폭 상업 영화들이 세간의 화제를 독점하는 동안 '꽃섬'이나 '나비' 같은 영화들이 처해야 했던 곤경이 그 반증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청년글방은 '영화를 사랑하지만 아직 제대로 된 영화를 골라 사랑하는 법을 모르는 시민들을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
7월부터 두 달간 미장센, 몽타주, 사운드 등 영화 언어부터, 제3세계 영화사, 영화작가에 대한 이야기 등 다양한 관점의 영화를 주제로 한 토론이 벌여질 예정이다.

주최측은 이 강좌를 통해 90년대 내내 영화 매니아들의 욕구를 겨우겨우 충족시켜주었던 '시네마떼끄' 운동의 시효는 아직 정지되지 않았음을 말해주고 싶어한다. '아직도 영화를 공부하고 가리고 즐기는 매니아들의 시대가 지난 과거에 멈춰서는 안된다'는 생각에서다.
이는 제대로 된 영화를, 제대로 보고, 영화를 통해 세계를 진지하게 사유하기 위한 기초 작업이기도 하다.

인문학 이야기 일정

7월 5일 '문명교류와 실크로드' - 정수일 단국대 교수
7월 12일 '서양적 자유의 이념과 타자적 주체' - 문예아카데미 김상봉 박사
7월 19일 '비교문학으로 휴머니즘 읽기' - 서울대 조동일 교수
7월 26일 '신숙주와 훈민정음' - 전남대 이돈주 교수

영화 강좌 일정

7월 4일 영화 언어(미장센, 몽타주, 사운드) - 위경혜 동신대 영화학과 강사
7월 11일 영화 언어(내러티브, 영화의 시공간) - 이육호 동국대 영화과 석사
7월 18일 제3세계 영화(라틴아메리카 영화사, 그 혁명과 변혁의 영화사) - 장용석 MBC구성작가
7월 25일 영화 장르(SF, 멜로) - 위경혜 동신대 영화학과 강사
8월 1일 영화 장르(호러, 코미디) - 백종록 디지털 영화감독
8월 8일 영화와 은유, 영화와 기호 - 이향준 전남대 철학과 강사
8월 15일 영화작가(로베르 브레송) - 이육호 동신대 영화과 석사
8월 22일 영화작가(임권택) - 조대영 광주영화제 운영팀
8월 29일 영화, 철학을 만나다(과 파레르곤) - 김형중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