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사로만 Narrative

[시나리오] 커밍아웃 - 김지운

버블건 2007. 11. 17. 10:19
커밍 아웃 COMING OUT

원안 박종혁
시나리오 이해영 이해준 김지운.

이 작품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음을 알려 드립니다.

# 1. 모쓰 카페 / 오후.

화면, 밝아지면 24세 가량의 대학생으로 보이는 청년이 어딘지 진중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앵글이나, 녹음 및 조명 상태, 뒷 배경, 이런것들이 최대한 인물 다큐 또는 시사프로를 연상케 한다.

남학생 : ( 조금 뜸 들이다가 ) 사실,... 전 아직도 뭐가 뭔지 모르겠어
요.
질 문 : 그럼, 혹시 그동안 특별한 증세나 ... 이상한 행동, 뭔가 다르다
는걸 못느끼셨나요?
남학생 : ..... 전혀요. 전혀 못느꼈어요.
질 문 : 예를 들어,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더든가 .... 뭔가 숨기려 한다
던가.
남학생 : ( 약간의 한숨 ) 만약 그런게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이렇게 황당하지 않았을 꺼예요.
질 문 : 어뗳습니까? .... 3일전 이었나요? 재민씨가 보내주신 비디오 테잎을 보고 , 음 ...
뭐랄까요? 상당한 충격을 받았거든요. 황당하기도 하고 도대체 이걸 믿어야 할지,
말아야할지 도무지 .... 혼란스럽기도 하고 .... 이런일이 영화나 소설도 아니고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다는게 . 한마디로 믿어지지 않거든요.
저는 사실, 어제 한잠도 못잤습니다.
여기 오는길에도 내가 혹시 꿈을 꾸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요.
남학생 : 그러실꺼라 생각되요. 저두 마찬가지니까요.
질 문 : 이 테잎을 공개하기까지 많은 고민을 하셨을꺼란 생각이 드는데요.
결정하시게 된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이었습니까?
남학생 : ....
질 문 : 이 테잎을 공개하고 공개뒤에 야기될 혼란스런 상황을 감당하실수 있을거라 생각하셨나요?
남학생 : .... ( 아래입술을 지그시 깨물고서 질문자를 쳐다보다가 시선을 떨어트린다 )
질 문 : 좋습니다. 그럼, 먼저 보내주신 테잎을 보면서 이야길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갑자기 카메라쪽으로 고갤 돌려 극히 작은 소리로 ) 페이드 아웃

페이드 아웃.

음악과 함께 타이틀

페이드 인.

# 2. 재민의 집 / 낮.

실제 화면이라는 자막. 캠코더에 조명, 해상력등이 조금 조악하다.
줌인 아웃, 포커싱이 맞춰지면 머릴 뒤로 딴 25,6세 가량의 여자 하나가 들어와 앉아있다.
자세를 고쳐잡고 시험지한장을 들고 있다. 약간은 상기된 듯 약간은 긴장한듯한 모습.

현 주 :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송현주입니다. 나이는 26세입니다. 대학원생이구요.
먼저 이 테잎을 보실 아버님, 어머님께 죄송하단말 말고는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무척 놀라실줄 압니다. 죄송해요. 그리고 재민이 한테도 미안하다.
또, 나를 알고 있는 모든 분들게 거듭 송구스러운 마음 감출수가 없습니다.
( 호흡을 가다듬고 ) 저두 오랫동안 괴로웠었고 더 이상 숨길수만은 없어서 이런 일을
벌리게 되었습니다. 아버님, 어머님,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좋은데로 갑니다. ( 그러다가 고갤 반쯤 돌려 누군가를 쳐다본다 )

# 3. 모쓰카페

질 문 : 그런 촬영을 한다고 했을 때 좀 이상한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까?
재 민 : 아뇨, 전에도 그런적이 있었어요.
이번에도 차분하게 고백할게 있다고 해서 .... 별의심을 하지 않았습니다.
질 문 : 좋습니다. 그럼, 그날일을 조금만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재 민 : .... 언제 말입니까? 전에 문짝 긁은날 말입니까?
질 문 : 네? .... 아뇨, 이 비디오를 찍던날.
재 민 : ( 차분하게 ) 네, 알겠습니다.

# 4. 극중 재민의 집 / 셋트.

자막처리로 재연드라마 라고 쓴다.
엉덩이. 혹은, 가슴처럼 보이는, 볼록하고 야들야들한 무언가.
따뜻한 느낌이 감도는 그 표면을 관능적으로 훑는 카메라의 시선.
그 위로 낮게 깔리는 재민의 목소리.

소 리 : (재민) 이건...... 아무도 믿을 것 같지 않고, 또 누굴 믿게끔 만들 재간도 없습니다.

카메라, 엉덩이. 혹은, 가슴처럼 보이는 그 무언가의 정상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한다.
마치 절정을 향해 치닫듯.

소 리 : (재민) 난...... 모르겠다. 난 그저 이해할 수 없을 뿐입니다.
그일은 그날 그렇게 시작됩니다.

뿌지직! 소리와 함께 엉덩이 같은 표면 곳곳에 흩뿌려지는 검붉은 액체.
마치 피가 터진 듯, 엽기적인 형상이다.

지 은 : 거봐. 안나온다고 했잖아. 빨리 사와.

자막으로 재민의 여자친구. 지은. 대학생.( 21 )
거실에 펼쳐진 식탁. 그 앞에 앉아 있는 재민.
자막으로 박재민.재수생.( 20 )
식탁위에 참고서류가 어지럽게 놓여있고

소 리 : (재민) 세상에서 제일 하기 싫은 일 세가지.
대학 떨어지기, 재수하기, 그리고 대학생 여자친구한테 과외받기.

# 5. 현주의 방 / 같은 시간.

포커스아웃된 현주의 뒷모습, 거울을 보고 머릴 뒤로 묶고 있다.
문이 삐꼼 열리면 재민이 상체를 내밀고, 현주 고갤 문쪽으로 돌릴때
자막으로 송현주. 대학원생 ( 25 )

# 6. 거 실 / 같은 시간.

지 은 : 오신대?
재 민 : 몰라. 오겠지 뭐.
지 은 : 지금 안 드신대? (재민을 보더니) 넌 왜 그래?
재 민 : 몰라. 먼저 먹자.
지 은 : 뭐야?
재 민 : (대답않고 지은을 물끄러미 본다)
지 은 : 가끔 너 보면 나무같애. 다 죽은 고목나무. (프레임 아웃하며) 먼저 먹지 마.

# 7. 현주의 방

화장대 앞에 앉은 현주. 화장을 마무리한다.
입술을 한 번 포개서 ‘빠’하는 입모양을 만든다. 티슈 한 장을 꺼내 입술을 찍는다.
현주, 자리에서 일어선다. 외출복 차림. 거울에 한 번 비춰본다.
문을 열고 나가려는데, 노크하려는 지은과 맞닥뜨린다.
지은, 약간 놀란 듯. 뒤로 움찔한다.
잠시 서로를 보는 두 사람. 지은, 비로소 현주의 ‘차림’을 의식한다.

지 은 : 어...... 어디.... 나가세요?
현 주 : (의외라는 표정) 밥 먹으라며?

# 8. 거 실

식탁에 둘러앉아 오므라이스를 먹고 있는 재민, 지은, 현주.
재민, 계속 현주의 눈치를 살핀다.

현 주 : 맛있다.
지 은 : 정말요? (혀를 빼꼼 내밀며) 이건 처음 해봤는데.

잠시 정적.
재민, 참을 수 없다는 듯. 입을 연다.

재 민 : 그냥 말 해.

지은, 재민을 본다.

재 민 : 답답해 죽겠어. 뭐야, 빨리 말 해.

지은, 재민과 현주를 눈치보듯 번갈아 본다.

현 주 : 밥이나 먹어.
재 민 : 또 아빠 차 긁은 거야?

대답 않고 밥을 계속 먹는 현주.
재민, 현주를 잠시 보다가. 신경질적으로 숟가락을 탁. 놓는다.
지은, 두사람의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눈치를 살핀다.

소 리 : (재민) 밥 먹으라고 누나 방에 갔을 때, 누나는 중요한 발표를 할 것이 있으니
캠코더를 준비해달라고 했다. 전에도 이런일이 있었다.
누나는 아빠 몰래 차를 몰고 나갔다가 문짝을 긁은 뒤 사과성명을 녹화해두고 황급히
고모집으로 황급히 피신한적이 있었다.

현 주 : 그런 건 아니야. (다시 밥을 먹는다)

가만히 현주를 보던 재민, 약간 안도의 표정이 감돌며
입에 머금고 있던 밥을 다시 씹기 시작한다. 지은, 뭔가 궁금한 듯한 표정.
현주, 대충 다 먹었다는 제수츄어를 보이며

현 주 : 자, 이제 시작해볼까?

# 9. 거 실

캠코더를 설치하는 재민, 지은은 호기심어린 시선으로 옆에 서있고
누나, 주머니에서 곱게 접은 종이를 꺼내 펼친다. - 앞에 장면, 반복 -
줌인 아웃, 포커싱이 맞춰지면 머릴 뒤로 딴 25,6세 가량의 여자 하나가 들어와 앉는다.
자세를 고쳐잡고 시험지한장을 들고 있다. 약간은 상기된 듯 약간은 긴장한듯한 모습.
그러다가 고갤 들어 지은이가 있는걸 발견한다.

현 주 : .... 너 거기 있을꺼니?
지 은 : 네? 전 조명담당 인데요. ( 하릴없이 들고있던 탁상용 스탠드를 켰다 껐다 해본다 )

현주, 뭔가 말을 하려다 포기하곤 다시 시험지를 들여다보고 자세를 잡는다.

현 주 :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송현주입니다. 나이는 26세입니다. 대학원생이구요.
먼저 이 테잎을 보실 아버님, 어머님께 죄송하단말 말고는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무척 놀라실줄 압니다. 죄송해요. 그리고 재민이 한테도 미안하다.
또, 나를 알고 있는 모든 분들게 거듭 송구스러운 마음 감출수가 없습니다.
( 호흡을 가다듬고 ) 저두 오랫동안 괴로웠었고 더 이상 숨길수만은 없어서 이런 일을
벌리게 되었습니다. 아버님, 어머님,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좋은데로 갑니다.

사이- 아이들을 한번 쳐다보다가 다시 호흡을 가다듬는다.

현 주 : 지금부터 제 이야기를 잘 들어주세요. 아마 제 말이 믿어지시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분명 모두 사실입니다. 이렇게 결심하기까지 너무나 힘이 들었습니다.
그 동안 저 혼자 숨기고 살아오기엔 너무나도 벅차기 때문에 이렇게 테잎으로 남김니다
저는 보통의 사람들과 다름니다. 전 ...

한동안 감정을 조절하듯 , 사이를 두다가 고개를 들어 전방을 똑바로 응시한다.

현 주 : (또박또박) 저는 흡혈귀입니다.

누나는 실제로 말하고 나니 자신도 듣기에 좀 이상하다는 듯 아이들을 바라본다.
아이들, 거의 아무런 감흥이 없는 아주 모호한 무표정들.

현 주 : (단호하게) 다시 한 번 말하겠습니다. 저는 인간의 피를 빨아먹는 흡혈귀입니다.
( 다시 한번 모호하게 아이들을 쳐다보고선 반응이 썰렁하자 포기하고 목을 가다듬는다 )
지금까지 모두에게 숨기고 살아왔지만, 이제 확실히 밝히고 싶습니다.
엄마, 아빠. 방콕에서 돌아오실 때쯤이면 저는 집에 없을 거예요.
영국으로 가겠습니다. 그 곳에는 저와 같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 있어요.
비행기 표도 예약해 두었습니다.
가족을 떠나는 것이 가슴 아픈 일이지만, 제 자신을 찾고 싶어요.
더 이상 숨어살고 싶진 않습니다.

쉬지 않고 내뱉는 누나의 말이 끝나자, 잠시 침묵이 흐른다.
누나, 다시 아이들을 쳐다본다. 지은, 웃음을 억지로 참는라고 아랫입술을 깨문다.
뷰파인더에서 눈을 떼고선 어이없는 웃음을 짓는 재민.

재 민 : ( 피식 웃으며 ) 머야? 장난 하는거야?
현 주 : 믿기 어려울거라 생각했어.
재 민 : 왜그래? 무섭게? 무슨 일있었어?
현 주 : 장난아냐. 난 진짜 흡혈귀야.
재 민 : 그래, 알았어. 나두 사실은 혹시 내가 고무타이어가 아닐까 생각한적이 있어.
이애도 알고보면 외계인이야.(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웃음보를 터트리는 지은 )
지 은 : 어머, 죄송합니다-
현 주 : ( 큰 한숨 ) 그럴지 알았어. 하지만 어쩔수 없어. 내가 흡혈귀인건 사실이니까.
재 민 : 응. 누나가 흡혈귀든 안흡혈귀든 상관없어. 근데 오늘은 일요일이잖아. 일요일이면
한주동안 지친 몸과 마음의 피로를 푸는 휴일이잖아. 근데 일요일 아침부터 이게 뭐야?
현 주 : .... 알았어.

갑자기 벌떡 일어나 자기 팔을 걷어 부치고 자기 팔뚝을 물어 뜯는 현주
재민과 지은 순간 당황한다.

재 민 : 뭐, 뭐야? 우리나라 흡혈귀는 자길 물어 뜯어? ... 왜그래? 뭐하는거야?

현주, 아랑곳하지 않고 쩝쩝소릴 내더니 팔뚝에서 검붉은 피가 벌컥 벌컥 솟는다.
순간 경악하는 재민과 지은, 한동안 얼어붙는 듯 멍하니 있다.
지은 멍한 표정으로 있다가 쿵 소릴 내며 기절한다.

# 10. 카페 모쓰

질 문 : ( 긴박하게 ) 정말, 피가 쏟아나던가요?
재 민 : 네. 진짜 피였어요.
질 문 : ( 긴박하게 ) 어떻게요?
재 민 : .... 벌컥, 벌컥요.
질 문 : .....그 다음 애길 해주세요.

# 11. 재민의 집

현주의 팔뚝에 대일밴드가 붙어있고 지은의 머릴 붕대로 감아주고 있다.
재민은 촬영을 재개하려고 캠코더를 셋팅하고 있다.

목소리 : 이상한 일이었지만 어쨌건 지은이는 이미 누나가 흡혈귀라는 사실을 믿기로 했나 봅니다.
그러는 편이 아무래도 편할거 같다는 생각에 나도 일단 믿기로 했습니다.

재 민 : 누나는 태어나면서 흡혈귀였어?
누 나 : 음. 그런 거 같아.
(잠시 사이) 이상한 대답이지만, 나도 확실히는 잘 모르겠어.
지금까지 연구 결과에 의하면 흡혈귀적 성향은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결정된대.
전 세대의 남성과 여성이 가지고 있는 특수한 유전자 구조가 일정한 확률에 의해 결합되면
돌연변이 유전자가 생성되고, 이렇게 흡혈 성향을 지닌 개체로 만들어지는 거지.
재 민 : 흡혈귀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언제야?
누 나 : 음, 내가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2학년 때던가.
우리 반 남자애랑 학교 뒷동산을 뛰어가고 있었어.

- 회 상 1

그림같은 화면, 7살난 여자아이와 남자아이가 멜러 영화 처럼 뛰어가고 있다.

소 리 : 우린 뒷동산을 마냥 뛰어 놀았어. 근데 그때 남자아이가 넘어진거야.( 넘어지는 남자아이 )
난 그애한테 뛰어갔더니 남자애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용감하게 벌떡 일어났어.
( 용감하게 벌떡 일어나는 남자아이 ) 근데 조금 있다가 그애 코에서 피가 주루룩 흐르는
거야. ( 주루룩 흐르는 코피 ) 그러자 아이가 갑자기 막 우는거야 ( 막우는 아이 )
그 때 내가 코피를 닦아주었는데, 손에 피가 묻었어.
피의 냄새와 그 따뜻하고 끈적끈적한 느낌....
( 피묻은 검지 손가락을 말없이 쳐다보는 소녀 )

목소리 : (누나의) 갑자기 설명할 수 없는 강력한 힘이 나를 감싸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
계속해서 자신의 뻘건 검지를 바라보기만 하던 소녀가 덥썩 손가락을 입안에 넣어 본다.
그리고는 쭈쭈바 빨 듯 손가락을 빠는 소녀, 그걸 보던 남자아이 더욱 큰소리로 울어제낀다.

목소리 : (지은의) 맛있어요?

갑자기 회상 장면이 끊기고 현재로 돌아오는 화면.
재민과 누나는 바보같은 질문에 말없이 지은을 바라보고 있다.

재 민 : (다시 인터뷰 시작).... 피만 먹어? 그러니까.... 누나는 밥도 먹잖아?
누 나 : (웃음) 인간의 피는 대부분 물이야. 맥주를 마시는 것과 비슷해.
맥주만 먹고사는 사람 봤니? 인간의 혈액 속에도 영양소가 있다곤 하지만
신체를 유지하기엔 열량이 턱없이 부족해. 우리도 음식에서 에너지원을 얻어야지.
피를 빠는 행위는, 뭐랄까.... 정신적 에너지의 충전이랄까.
피를 빨지 않는다고 죽는 건 아니지만 피를 빨지 않으면 견디지 못할
욕망이 내재돼 있는 거지. 그렇게 보면 일종의 섹스란 같은 거야.

지 은 : 근데요, 섹스를 안하면 견디지 못해요? ( 대충 외면하는 두사람 )
재 민 : 처음으로 피를 빤 건 언제야?
누 나 : 고등학교 2학년 때. 수학을 가르치던 과외 선생님이었어.
그날은 비가 오고 있었고, 엄마는 백화점 세일에 가고 없었지.

- 회 상 2

회상. 창문을 때리는 빗줄기.
교자상을 마주하고 앉은 과외 선생, ( 꼭 80년대초 다방 디 제이같은 차림새 ) 과 누나.
과외 선생, 예쁘게 깎인 사과를 사각거리며 먹고 있다.
그런 과외 선생을 투명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누나.
사각거리는 소리가 시즐감 있게 들린다. 사각 사각.....

목소리 : (누나의) 흡혈귀에 따라 개인차는 있겠지만, 난 비가 오면 피를 빨고 싶은 욕망이 더욱 커져.
그 때도 그랬는데, 서서히 정신이 아득해지더니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까

쟁반 위에 놓여진 ‘예쁜 사과’ 위로 뻘건 피가 튀긴다. 사과 위에서 수묵화처럼 번지는 피.

누 나 : 내가 선생님을 덮쳐 피를 빨고 있더라구. 그 선생님 한테 너무 미안했어.
지 은 : 왜요? 어떻게 됬어요?
누 나 : .... 그 선생님, 빈혈이었어.
일 동 : ..........
재 민 : 기분이 어때? 피 빨 때....
누 나 : 글쎄.... 언제나 그렇지만 피를 빨고 나면 어쩐지 허무해져.
피 빨고 있는 동안에는 굉장히 흥분해서 정신을 차릴 수 없는데 말이야.
겨우 이런 것이었나 하는 생각이 드는 거지.
지 은 : 흡혈귀가 사과도 먹어요?
재 민 : 누난 마늘도 잘먹어.
지 은 : 어머, 영화보면 마늘보고 막 도망 치던데 .....
현 주 : 그런 거, 다 거짓말이야. 아무리 흡혈귀라도 피만 먹고는 못 살아.
한국 사람이 마늘 싫어하면. 먹을 게 뭐가 있니? 전부 마늘로 양념하는데.
영화나 소설에 나오는 건 거의 다 거짓말이라고 보면 돼.
내가 아는 가리봉동의 한 흡혈귀는 교회 집사야.
또 물렸다고 해서 전부 흡혈귀가 되는 건 아니야.
근데, 너희들은 흡혈귀한테 하는 질문이 고작 먹는 애기 뿐이니?
재 민 : 보통 어떤 사람들의 피를 빨아 봤어?

목소리(누나의) 대상은 주로 학교 친구들이었고, 특이한 경우지만....
서무실 언니, 수영강사, 보이스카웃의 피도 빨아 봤어.

누나, 어느 골목에서 나와 주의를 두리번 거리다 빠른걸음으로 걸어간다.
카메라 골목안으로 들어가면 정장차림의 어떤 남자, 목을 감싼채 터벅 터벅 걸어나와 한기를
느끼는지 몸을 부르르 떨고는 걸어간다.

재 민 : 피로 병이 전염되는 경우도 있어?
누 나 : 물론 있지. 하지만 사람의 얼굴만 보고도 그 사람의 건강 상태를 알 수 있어.
인터넷에서 본 이야기인데, 인류가 에이즈란 게 어떤 병인지 알지도 못할 때부터
우리 흡혈귀들은 HIV 양성 반응자와 남자B형은 건드리지도 않았대.
재 민 : ....남자 B형은 왜?
누 나 : 글세, .... 과일도 맛있는 것도 맛없는것도 있고 그렇잖아.
재 민 : 근데.... 왜 하필 영국이야? 흡혈귀는 폴란드 같은 나라에 더 많지 않아?
누 나 : 먼저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서 내가 흡혈귀라는 것을 밝히기 시작했어.
얼마전에 아주 친했던 한 친구에게 말했지.

- 회 상 3.

전화를 거는 현주, 이중 분활 화면이 되면 현주의 친구 은미가 집안에서 왔다 갔다 하다
전화를 받는다.

누 나 : 어떡하면 좋겠니?
은 미 : 어머? 그랬었구나. 음 ... 영국에 가봐. 영국에 가면 너 같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
있데. 어쩌구 저쩌구

누 나 : 속으로 그 친구가 화를 내거나 나를 피하게 되면 어떻게 하나 무척 걱정했는데
내 말을 들은 그 친군 뜻밖에 이런 말을 하는 거야.
‘어머 그랬구나, 그럼 당장 영국으로 이민 가야겠네?’
자기 삼촌도 흡혈귀였는데, 가족들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밝히곤 영국으로 갔다는 거야.
우선 그곳에서 얼마 동안 지내면서 앞으로의 진로를 생각해 보려 해.
한국에서는, 아시아 전체가 마찬가지지만, 흡혈귀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놓고
살아가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잖아.

# 12. 카페 모쓰

질 문 : 재민씨도 현주씨가 흡혈귀라는걸 믿게 됬나요? 머 그런거 있잖아요.
예를 들어 자기가 개라고 생각해서 우르릉 거리거나 어떤 위험상황이 도래하면
개처럼 물기도 하는
재 민 : ( 눈을 크게 뜨고 ) 정말, 그런 사람이 있나요?
질 문 : 일종의 정신질환 같은겁니다.
재 민 : 그렇군요. ...... 그럼, 꼬리는 어떻게 흔들죠?
질 문 : 글쎄요..... 머 어떤 행동을 하겟죠. 이야길 다시 하면 흡혈귀임을 믿게된 결정적인 계기
가 있었습니까?
재 민 : 네. 저두 누나의 말만으론 믿기 어려웠기 때문에 직접 흡혈하는걸 보기로 했습니다.

# 13. 공중 전화 박스 앞.

재민이 핀 마이크를 들고 서있고, 누나는 화면 뒤쪽에서 고개를 좌우로 까딱거리면서 서있다.
지은이가 촬영을 하고 있다.

재 민 : 지금 시간은 11시 30분입니다.
이제 임의로 한 사람을 골라서, 실제로 피를 빠는 시범을 보이도록 하겠습니다.
누나는 꼭 밤이 아니라도 흡혈귀는 활동할 수 있다고 합니다만,
아무래도 사람이 많지 않은 것이 좋기 때문에 지금 실행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단은 저기, 저쪽에서 전화를 걸고 있는 여중생을 실험 대상으로 설정해 봤습니다.

재민이 가리키는 곳을 보면, 자막처리 ‘저기 저쪽에서 전화를 걸고있는 여중생’ 이 보인다.

누 나 : (재민의 핀 마이크를 뺏어 든다) 흡혈귀들은 보통 젊은 여자의 피를 좋아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사실 일종의 기호로서 선호하는 경우는 있긴 하지만
특별히 가리는 것은 없습니다. 아무래도 여자가 남자보다는 담배도 적게 피워 피도 맑고
완력도 약하니까 즐겨 찾게 되는 것 같습니다.
재 민 : 누나, 준비됐습니까?
누 나 : (끄떡 끄떡 스트레치를 한 번 하고선 )
재 민 : (카메라를 바라보며) 자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누나, 저벅저벅 여중생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한다. 지은과재민은 처음 장소에 계속 숨어 있다.
여중생은 전화 통화에 정신이 없다. 어느덧 전화 박스 가까이 다가간 누나, 주위를 몇 번 둘러본다.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곤 슬그머니 전화 박스 안으로 들어간다.
여중생은 깜짝 놀라 소리치지만 큰소리는 나지 않는다. 여중생의 목덜미를 깨물려는 누나.
여중생이 고개를 거북이처럼 움츠리자 물기가 어렵다.
현주가 갑자기 저기봐 하자 여중생이 네? 하면서 고갤 돌릴 때 콱하고 깨문다. 약간의 피가 유리에 튄다. 약 20초 동안의 정적.
지은과 재민은 놀라서 계속 신음 소리만 내고 있다. 흡혈을 끝낸 누나가 바깥으로 나온다.
손으로 입가를 훔치며 이쪽을 향해 끝났다는 신호를 보낸다. 지은, 일어나서 달려가고 재민은 자기가
타고온 고물 자전거를 비틀 비틀 타고 간다.
공중전화 박스 안에 쓰러져 있는 여중생의 모습.

# 14. 여중생의 인터뷰.

여중생, 눈물이 글썽글썽하다. 공중 전화 박스에 주저앉아 있다. 손목에는 붕대가 감겨져 있다.
재민은 캠코더를 들고 있고 지은, 살며시 헌혈이 끝나면 주는 음식(빵과 음료수)을
여중생 옆에 놓는다.

지 은 : 괜찮아, 울지마. 너 문 사람 저기 멀리 있잖아.

큰 길 쪽 멀찌감치 서있는 누나. 이쪽을 보고 서 있다.

여중생 : (울먹거리며) 별로 아프지는 않아요. 갑자기 달려들어서 놀란 거예요.
그런데 정말 흡혈귀에요?
재 민 : 어.
지 은 : 지금 상태는 어떠니? 어지럽진 않아?
여중생 : 약간 어지러운 거 같아요. 많이 빨렸어요?
누 나 : (어느새 다가와서는) 아니야. 50cc도 안 빨었어.
여중생 :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르며 승호에게 안긴다) 까악!
재 민 : 누나! 누나는 저기 가있어. 애가 놀라잖아.
누 나 : (알았다는 몸짓을 하고 다시 멀리 물러난다)
지 은 : 기분은 어때? 이상한 느낌 안 들어?
여중생 : 네? 이상한 뭐요?
지 은 : 왜 있잖아. 흡혈귀한테 물리면 그 사람도 흡혈귀 된다고 하잖니.
너도 사람의 피 빨고 싶다는 생각 안 들어?
여중생 : (잠시 생각) 아니요. 그런 느낌 없는데요.....
(갑자기 기겁을 하며) 그럼 나 이제 흡혈귀 되는 거예요!
재 민 : 아냐아냐, 걱정 마. 흡혈귀는 돌연변이 유전이래. 물린다고 흡혈귀 되는 게 아니야.
울지 말고 빵이나 먹어.
지 은 : (장바구니를 뒤지며) 이빵 좋아하니? 주까?
여중생 : ( 훌쩍이며 고갤 끄덕 거리다 빵을 씹는다)
재 민 : 누구랑 전화하고 있었니?
여중생 : 친구요.
지 은 : 애인?
여중생 : (끄떡끄떡)
누 나 : (다시 갑자기 나타나며) 너 담배 피우지?
여중생 : (다시 놀라 소리를 지른다) 까악!
재 민 : 누나!
누 나 : 알았어, 알았어. (다시 돌아간다)
여중생 : (잠시 진정) 오빠는 누구에요?
재 민 : 나는 흡혈귀 동생이야.
지 은 : 난 흡혈귀 동생 친구야.
여중생 : .... 난 집에 갈래요.
재 민 : 그래. 걸을 수 있겠어?
여중생 : (끄떡끄떡, 일어서서 가방을 집는다)
지 은 : 엄마한테 흡혈귀한테 물렸다고 얘기하지마.
여중생 : 알았어요. ( 여중생 걷다가 살짝 비틀거린다 )
지 은 : 그러지 말고 저쪽가서 좀 쉬었다 가 응?

여중생 훌쩍이다 두리번 거리더니 공원을 보고 고갤 끄덕 거린다.

# 15. 근처, 벤취 - 밤.

벤취에 나란히 앉은 여중생과 지은.
보면, 여중생 목에 반창고가 붙어있다.
지은, 약과 반창고 등을 챙겨 넣으며.

지 은 : 이젠 괜찮을 거야. 많이 아팠니?
여중생 : (힘이 빠진 목소리) 아뇨.... 별로 아프지는 않았어요. 근데, 정말 흡혈귀 맞아요?
재 민 : 흡혈귀가 아니라면 왜 니 피를 빨았겠니. 참 답답하다.
그거 먹어. 좀 나을 거야.
여중생 : ( 드링크를 잠시 보다가) 아뇨... 담배 한 대만 필게요.(가방에서 담배를 꺼내 피운다)
지 은 : 아까 피 빨릴 때 기분은 어땠어?
여중생 : 몰라요. 그냥.... 뭔가 찌릿찌릿 하면서
뭐가 이렇게... 이렇게, 탁. 터지는 느낌이랄까......
그냥.... 그.... (설명을 포기한 듯. 담배를 빨며.) 그런 게 있어요.
지 은 : 헌혈.... 그런 거랑 비슷해?
여중생 : (담뱃재를 탁. 털며) 에이, 당연히 틀리죠! 어떻게 그런 거랑 비교해.
언니는 아직 안 물려 봤어요?
지 은 : 나? (쑥스러운 듯) 어..... 응.
여중생 : 그럼, 여기 셋중에서 나만 물린 거예요?
재 민 : 어. .... 미안.
여중생 : ( 길게 담배 연기를 내뿜고 ) 궁금하면 직접 물려보세요. (담배를 바닥에 비벼끄며)
근데...... 나, 흡혈귀 되는거 아니죠?
지 은 : 어.
여중생 : 영화같은 거 보면요, 물린 사람도 흡혈귀로 변하고 그러잖아요.
재 민 : 영화에 나오는 거 다 거짓말이래.
여중생 : (고개를 끄덕이며) 네..... (가방을 챙기며) 이제 집에 갈래요.
지 은 : 태워다줄까?
여중생 : ( 옆에 있는 재민의 고물 자전거를 보고 ) 아뇨, 바로 요기 앞인데요, 뭐. 걸어갈 수 있어요.
재 민 : 그래. 앞으로 너무 늦게 다니지 말고.
여중생 : 네. 언니 오빠들, 여러 가지로 고마웠어요.

서로 악수를 하며 헤어지는 여중생과 지은, 재민.
여중생 들고있던 봉다리를 재민에게 주고 떠나고 지은과 재민은 이제 믿을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의 표정이다. 현주, 천천히 다가온다.

현 주 : 이젠 믿겠니?

재민, 그제서야 깊은 한숨을 쉬고는 천천히 고갤 끄덕인다.
셋, 우두커니 서있고 페이드 아웃.

재민의 목소리 : 그렇게 해서 누나가 흡혈귀라는걸 받아 들일수밖에 없었습니다.

# 16. 거 실 / 저녁.

재민의 목소리 : 우린 누나와 아쉬운 작별의 저녁을 조촐하게 가졌습니다.

석별의 정을 나누고나니 애닮기가 ....라는 석별의 정이라는 노랠 썰렁하게 부르는 세사람. 식탁앞에 케익이 있고 노래가 끝나면 현주가 촛불을 훅하고 끈다. 일동 박수.

현 주 : 근데, 이거 왜 끄는거니? 먹자.

# 17. 재민의 집 / 이튼날 아침.

문앞에서 배웅하는 재민과 지은, 서로 아무말없지만 눈물이 글썽해진다.

재민의 목소리 : 그리고 누나는 그 다음날 아침, 영국으로 떠났습니다.
재 민 : 누나, 잘가.
현 주 : ( 말없이 살짝 미소지으며 고갤 끄덕 끄덕 거린다 )
지 은 : 언니, 건강하세요.
( 현주, 역시 미소지으며 고갤 끄덕 거린다 ) 언니!

현주 뒤돌아보면 천천히 페이드 아웃.

# 18.카페 모쓰.

재 민 : 여기까지가 그 테잎에 관한, 제 누나에 관한 이야기의 전부입니다.
질 문 : 부모님은 그 테잎을 보시고 어떤 반응을 보이셨나요?
재 민 : 멍해 계세요. 아직 믿지 못하시죠.
질 문 : (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 사실은 저두 그러거든요.
죄송하지만 전,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 아직 믿지 못하겠어요.
재 민 : .... 세상은 우리가 용납하고 허용하는건만 받아 들이잖아요.

질문자, 상체를 뒤로 천천히 제치더니 길고 깊은 숨을 내쉰다.
한동안 둘은 아무말이 없이 어색하게 앉아있다.
질문자, 고갤 돌려 지시를 내린다.

질 문 : 아웃.

라이트, 하나 둘 꺼진다.
재민과 질문자, 수고 했다는 듯 서로 악수를 건넨다.

페이드 아웃.

# 19. 현주의 방 안 - 밤.

작은 스탠드 하나만 켜져있는, 어두운 방 안.
큼직한 더블침대에 약간 떨어져 나란히 누운 현주와 지은.
두 사람 모두 잠을 자고 있는 듯. 눈을 감고 조용하다.
갑자기. 탁. 눈을 뜨는 지은.
고개를 돌려 현주를 본다. 아무래도 잠을 자고 있는 것 같다.....

지 은 : ...... 언니.
현 주 : ......
지 은 : 언니.....
현 주 : (자다가 깨어난 듯.) 응?..... 어? 불렀니?
지 은 : 주무셨어요?
현 주 : 응...... 아니.
지 은 : 오늘...... 피곤하셨죠?
현 주 : 응..... 조금 그렇네......
지 은 : 아침 비행긴데...... 그럼.... 주무세요.

지은, 몸을 반대편으로 돌려 눕는다.
현주, 잠시 지은을 본다.

현 주 : 그 잠옷 잘 어울린다. 나한텐 조금 작아서 한번도 못 입었었는데.
너만 괜찮다면 니가 입어.
지 은 : ......
현 주 : (눈을 감는다)
지 은 : 언니.
현 주 : (눈을 감은채) 응?
지 은 : 나.... 부탁 하나만 들어줄 수 있어요?
현 주 : (눈을 뜬다) 부탁?
지 은 : (몸을 돌리지 않고 등만 보인 채.) 나..... 궁금한 거 하나 있는데......
언니 그냥 가시면..... 평생 그냥 궁금한 채 살아야 할 것 같아서요......
현 주 : 말해봐.
지 은 : (현주를 향해 다시 돌아누우며) ...... 나도...... 한 번만 빨아줄 수 있어요?
현 주 : (지은을 본다)
지 은 : 그게 어떤 건지....어떤 기분인지..... 너무 궁금해요, 언니. 한 번만 빨아줘요.....
현 주 : ...... 글쎄......
지 은 : 미안해요.... 언니 오늘 너무 많이 빨아서 배부를텐데......
현 주 : (웃음) 바보. 피를 빤다고 배가 부르거나 하지는 않아.
지 은 : (혀를 빼꼼 내밀며) 그런가?
현 주 : (지은을 가만히 보다가) 좋아. 대신 조금만이야?
지 은 : (몸을 벌떡 일으키며. 밝은 미소) 정말요? 고마워요, 언니.

지은, 일어서서 어떻게 자세를 취해야 할지 정하지를 못한다.

지 은 : 제가 어떻게 있어야 편하세요?
(침대에 누워본다) 이렇게.... 아니면.... (엎드려본다) 이런 건 어떨까......
(다시 몸을 일으키며) 아. 아무래도 침대에서 빨면 시트가 더러워지겠죠?
현 주 : (지은이 귀여운 듯, 미소) 니가 편한대로 해.
지 은 : 음...... (침대에 걸터앉는다.) 이게 편할 것 같애요. 언니는 괜찮겠어요?
현 주 : 응. 난 아무래도 괜찮아.
지 은 : 가만..... 혹시 모르니까......

지은, 두리번대다가 화장대 앞의 크리넥스를 가져와 옆에 놓는다.

현 주 : 오- 제법인데?
지 은 : (쌩긋. 미소) 우리집에선 안 이래요. 남의 집이니까 괜히 이러는 거죠.

현주, 침대에서 내려온다. 지은 앞에 서며.

현 주 : 어디를 빠는 게 편하겠니?
지 은 : 응? 음..... 글쎄요...... 아무래도 흉터가 남겠죠?
현 주 : 그렇겠지.
지 은 : 목이나 손목같은 데는 잘 보이니까 좀 그렇고...... 엉덩이는 어떨까요?
현 주 : (웃음을 터뜨린다) 엉덩이 같은 데는 살이 많아서 빨 수가 없어.
핏줄이 피부와 아주 가까운 곳이어야 편해. 특히 내 송곳니는 그렇게 길지 않거든.
지 은 : 그럼, 어떤 곳이 핏줄 찾기가 쉽죠?
현 주 : 음.... 가만있어보자......

현주, 턱을 쓰다듬으며 지은의 몸 곳곳을 살펴본다.

현 주 : 아. 이렇게 하자. 내가 빨기 좋은 곳 몇 군데를 말해줄테니까, 니가 그 중에서 정해.
(손가락으로 지은 목덜이 뒤쪽을 잡으며) 일번.
또...... (가슴과 겨드랑이 사이를 잡으며) 이번.
지 은 : (몸을 약간 틀며 까르르... 웃는다) 간지러워요.
현 주 : (발꿈치를 잡으며) 삼번.
그리고...... (허벅지 안쪽을 가리키며) 사번.

지은, 현주를 보며. 혀를 빼꼼 내밀고 웃는다.

지 은 : 사번.
현 주 : 거긴 민감한 곳이라서 더 아플텐데. 괜찮겠어?
지 은 : (고개를 끄덕인다)

현주, 지은 앞에 무릎을 꿇고 앉는다.
지은, 현주가 빨기 좋도록 다리를 벌려준다.
원피스 잠옷을 약간 걷어올린다.
현주, 소매를 걷어올리며.

현 주 : 아프면 바로 말 해.
지 은 : (끄덕끄덕) 네.

현주, 지은의 양쪽 다리를 잡고 천천히 사타구니 쪽으로 얼굴을 들이민다.
지은, 약간 긴장된 표정. 뒤로 지탱하고 있는 양팔이 미세하게 떨린다.
이윽고.... 콱 물린 듯. 헉! 숨을 멈추는 지은.
뒤로 지탱하던 팔을 앞으로 향해 현주의 머리를 감싸 안는다.
쩝... 쩝.... 피를 빠는 소리.
헉.... 헉..... 점차 짙어지는 지은의 숨소리. 간혹 새어나오는 신음소리.
지은, 마치 절정에 다다른 것처럼 비명이 나온다.
자기 손을 깨물며 애써 그 소리를 참는다.
그렇게 몇 초간의 행위가 계속 되다가.
현주, 지은의 사타구니에서 머리를 빼내며 참았던 숨을 내쉰다. 하-----
지은, 참았던 신음소리를 뱉으며 침대로 풀썩. 쓰러진다. 아------

화면 바뀌면. 나란히 누운 현주와 지은.
새근새근..... 곤하게 잠든 현주.
지은, 사타구니에 손을 갖다 되고 피묻은 손가락을 입에 대본다. 입가에 미소가 떠오른다.
그들의 노곤한 모습을 길게 보여주며....

# 20. 공항 대합실 스넥코너

카메라, 공항 여기 저기를 흛는다.
누군가를 잡는다. 스넥코너에 어떤 여자가 앉아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다.
실제인물인 현주, 티켓을 꺼내 시간을 확인할 때 핫도그가 나온다.
처음으로 현주의 실제얼굴을 확실하게 잡는다. 놀랍게도 우리가 아는 유명인이다.
현주는 작은 포터블 아이스박스를 열어 냉장된 비닐팩을 꺼낸다.
검붉은 피를 담은 비닐팩을 조심히 열고서 핫도그위에 케찹을 뿌리듯 정성 들여 뿌린다.
피를 잘 뿌리고는 핫도그를 들어 덮썩 깨물어 오물 오물 씹는다.
옆사람이 슬쩍 쳐다보곤 현주를 이상한 사람보듯 쳐다본다.
신경안쓰고 핫도그를 맛나게 먹는 현주.
카메라 아주 천천히 핫도그를 먹는 현주의 얼굴로 다가 들어가면 현주, 갑자기 카메라를
향해 눈을 부릅뜨고,

현 주 : 컷 아웃!

컷아웃 되고 음악이 컷인되면서 자막, 뜬다.

송현주는 2000년 6월 현재 영국 북부 켄 햄스터 지방의 작은 마을에 전세계에서 모여든
각국의 흡혈귀들과 살고 있다.
한달전, 그녀는 가죽수선을 하는 스리랑카의 한 흡혈귀와 결혼을 하였다.

이 이야기는 실제 이야기를 극화한 것 입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