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사로만 Narrative

[시나리오] 강두식은 그렇게 김순임을 만났다 - 김한민

버블건 2007. 11. 17. 10:21
강두식은 그렇게 김순임을 만났다.

타이틀 - HANMI N FILM
타이틀 위에 소리가 들려온다. 시계소리


S#1. 상담실(낮)

여자: 전, 항상 이해 받지 못했던 것 같아요. 특히 남자들과의 관계는 더욱 심했죠. 사실 전, 따뜻한 여자예요. 사랑하고 싶고, 사랑 받고 싶고... 그게 잘못된 건가요, 선생님?
남자 목소리: 그렇지 않습니다.
여 자: 그런데 전, 항상 어긋났어요. 제 진심과는 다르게 이해되고, 이해 받지 못하고... 혹시 남자들은 다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나요? 잘해주는 여자는 만만히 대해도 된다는, 뭐 그런 거 말이죠? 여자가 카메라를 뚫어지게 응시한다.

(잠깐의 침묵)

남자 목소리: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여 자: 사실 요즘 사귀는 남자하고 잘 안돼가요.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어요. 너무 답답하고 미칠것 같아요. 그렇게 저한테 잘해주던 사람이... 처음에 그 사람이 먼저 접근해왔어요. 중학교때 짝사랑하던 여선생님과 너무 닮았다며, 잠깐 차 한잔 같이 할 수 없겠냐며... 그래서 같이 차 한잔을 했죠.
사실 저도 그 사람을 보는 순간 호감이 갔거든요. 진지하게 용기를 내서 말을 거는 모습도 보기 좋았구요. 근데 요즘은 무슨 일인지 그 사람 마음이 식은 거 같아요. 너무 냉정한 모습에 제가 너무 힘들기도 하고...

여자 갑자기 눈물을 터뜨린다. 화면 밖의 남자가 티슈를 들어 카메라 안으로 들이민다. 여자, 티슈를 받아들고 눈물을 닦고, 더불어 콧물도 닦는다.

여자: 흑, 요즘은 제가 너무 그 사람을 사랑하게 됐어요. 마음도 몸도 다 줬는데 그 사람이 저한테 이럴 수는 없어요. 제가 뭐가 잘못됐을까요, 선생님?

울먹이는 눈빛으로 다시 카메라를 쳐다본다.

남자 목소리: 으음~ 제가 지금껏 상담해본 바로는 어떤 사소한 문제가 오해를 불러일으켰 을지도...
여자: (반문하듯) 사소한 문제가 오해를 불러 일으켜요?
남자 목소리: (갑자기 확신에 찬 목소리로) 그렇죠. 다수의 신혼부부나 연인들의 문제가 아주우(아주의 강조를 한 듯) 사소한 부분에서 그냥 넘어간 것이 큰 오해를 불러 일으키는 경우를 아주우 많이 봐왔습니다.
바로 그게 뭔지를 발견하는 게 중요 하죠.
여자: (자기 활기를 띠며) 맞아요. 지금 생각해보니까, 그 사람이 원하는 쌕스를 제가 기피해 왔어요요. 그래 맞아요. 맞아. 사실 전, 그다지 썩 내키지 않았던 거 뿐인데, 그 사람은 크게 실망했을 수도 있겠네요.
남자 목소리: 아니. 어,어떤 쌕스를?
여자: (아무렇지도 않은 듯) 항문 쌕스요. 고맙습니다. 선생님.

후다닥, 갑자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여자.

"아니, 자,잠깐만."

남자의 당황한 목소리를 뒤로하고 여자가 갑자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 여자의 뒷모습 정지화면, 그 위로 자막이 돌연 듯 위쪽에서 툭떨어져 들어온다. 경쾌한 음악.

"그렇게 김순임은 강두식을 만났다." F.O.

무지 (타악기 소리=목탁소리를 변조한 듯) -F.I.


S#2. 지하철 안(적당히 붐비는 시간)

할아버지와 숙녀의 에피소드.
강두식 등장. 강두식,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는 표정으로 다시 심각하게 잡지를 읽는다. 잡지의 기사가 슬쩍 보인다. '한국경제 무엇이 문제인가?' 덜컹거리며 계속 달려가는 지하철.
이때 들리는 안내방송, "승객 여러분, 오늘도 저희 지하철을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복잡한 지하철 내에서는 불쾌감을 주는 행위 로 상호 불편을 초래하지 맙시다. 어쩌구 저쩌구." (타악기 소리 계속)

S#3. 상담실(낮)

여자(김순임)가 울고 있다. 카메라 시점으로 여자를 비춘다.

여 자: 그게 아니었나봐요. 그가 그런 쌕스를 원하는 줄 알고 맘대로 해도 좋다고 했더니, 갑자기 먹던 밥을 못 먹고 나를 짐승 보듯 쳐다봤어요. 분명 그가 그런 쌕스를 하고 싶다고 나에게 말했었거든요. 원하는 대로 해주겠다는 데 그것도 잘못인가요, 선생님?

(잠시 침묵)

의사 목소리: 흐음!(헛기침), 에~ 밥, 밥을 먹고나서 얘길 하지 그랬어요?
여 자: (울먹이며) 그렇다고 그렇게 짐승 쳐다보듯 날 쳐다보는 것은 용서할 수 없었어요. 아니 그것까지는 용서할 수 있었지만, 날 보고 '역시 넌 화냥년이야. 그 끼가 어디.라고 말하면서 경멸에 찬 시선을 던질 땐, 흑, 정말 죽고, 아니 죽이고 싶었어 요.

여자가 운다. 카메라의 시점에서 의사의 손이 티슈를 건넨다.

의사 목소리: 그,근데, 직업이 자유업이라고 돼 있는데, 구,구체적으로 어떤 직업을?
여자: (아주 착 가라앉은 담담한 목소리로)저어, 거기... 담배 하나 태울 수 있을까요?

OFF SOUND
남자 목소리, 당황한 듯,
"아? 아, 예." 남자의 손이 담배를 건넨다.

여자: 저어, 불도 좀...
의사: 네? 아, 네.

의사, 라이터를 건넨다. 여자가 다리를 꼬며 담배를 피워 문다. 허공에 공허한 시선을 던지며 한번 깊게 빨았다 "후우"하고 내뿜는다.
"험!"이때 OFF SOUND로 들리는 남자의 헛기침 소리.
여자, 잠시 아련히 뭔가를 생각하는 듯 하다 다시 말을 꺼낸다.(의사의 질문에 대답은 하지 않고)


S#4. 거리- 신문 가판대앞(낮)

시끄럽게 북적대며 사람들이 지나간다.
(다시 점점 크게 들려오는 타악기 소리)
신문 가판대 앞에 강두식이 서 있다. 강두식, 심각한 표정으로 담배를 꼬나 물고 잡지를 보고 있다.

옥 외 전광판에 몇몇 선전이 돌아가다 시간이 보인다.(5시30분 PM) 이때 강두식의 삐삐에 호출이 걸려온다. 이윽고 강두식, 다시 걷기 시작한다. '툭' 잡지(예전에 보던 것. '한국 경제 무엇이 문제인가?' 커버에 커다랗게 보이는 선명한 표제)가 강두식의 발밑으로 떨어진다.


S#5. 상담실(낮)

여자: 사실 제가 남자 복이 없긴 없나봐요. 사주에도 그렇게 나와 있더라구요. 가을날 척박한 땅에 한 그루 소나무처럼 독야청청 할거라구. 근데 말이죠, 선생님? 전 그게 좋은 말 인줄 알았어요. 근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게 '넌 꽝이야'라는 소리와 다를 게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제가 너무 바보 같죠? 그죠?

의사 목소리: 에~ 꼭 그렇게~ 까지 볼건 없을 거 같아요. 왜 이런 말 있잖습니까? 전화위 복, 새옹지마. (순임이 카메라를 멍청히 쳐다보며, 나지막이 반복한다.'전화위 복, 새,새옹...')
그 사주가 좋은 말처럼 느껴질 때도 있을 거라고 봅니다. 저도 7전 8기 끝에 사랑을 쟁취했습니다.
여자: 정말요? 그럼 지금 행복하시겠네요?

여자가 고개를 카메라로 쑤욱 들이밀며 호감 어린 표정으로 물어본다.


NSERT#1. 바닷가(낮)

"촤아~!" 파도소리가 시원스럽게 들려온다.
S#6. 까페 감격시대(늦은 오후)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가 흘러 나오고 있다. 가냘퍼 보이지만 화려한 모습으로 단장한 한 여자가 창가 쪽에 앉아 누군가에게 진지하게 얘기를 하고 있다. (누군인지는 보이지 않고 다만 여자만 보인다.)

여 자: (반지를 빼 들이밀며) 미안해요. ...우린 서로 잘... 맞지 않는 거 같애요.... 사실 정 말이지 저보다 좋은 여자 만날거예요. (약간 높은 톤으로) 진심이예요. 사실 정말이 지 당신도 나 만나면서 피곤했잖아요.? 짜증도 많이 났구...

반지 인서트 삽입

여자: (고개를 쳐들며) 뭐라구요? 남자 생긴거 아니냐구요? (파르르 눈을 떨며) 사실 정말 이지... (단호한 눈빛으로 고개를 쳐들며) 좋아요. 솔직히 고백할께요. 얼마전 의사 한사람을 만났어요.
정신과 의사래나... 하옇튼 고등학교때 짝사랑하던 여선생님과 너무 닮았다며, 잠깐 차한잔 같이 할 수 없겠나며... 사실 정말이지 그 사람이 싫진 않았어요. 진지하게 얘기하는 모습도 나쁘진 않았구요...
(눈을 똑바로 치켜 뜨고) 뭐라구요? 내가 변덕이 죽 끓듯 한다구요? 그 남자한테도 똑같이 이럴 거라구요?
(격앙된 톤으로)무슨 권리로 함부로 얘기하는 거죠? 저를 얼마나 안다고 그렇게 얘기하시는 거예요?

' 탁!' 웨이터가 여자 앞에 물잔을 갖다 놓는다. 흠칫 놀라는 여자. 카메라가 뒤로 빠지자 단지 여자 혼자 앉아 독백을 하고 있었던 것이 보인다. 다소 칙칙한 분위기에 칸막이들이 자리마다 있는 까페다. 여자 호흡을 가다듬으며 물을 마신다.

"꼴깍"


S#7. 상담실(낮)

카메라에 의사 선생의 모습이 WAIST SHOT으로 잡힌다. 담배를 비스듬히 물고 카메라를 멀거니 쳐다보고 있는 의사 선생

의사선생: 행복하냐고요? (갑자기 격앙된 목소리로 책상을 치며) 정말 나도 미칠 것 같소. 왜냐고?

김순임, 눈이 똥그래지며 그냥 쳐다볼 뿐이다.

의사선생: 7전 8기에 성공한 상대가 사실 결혼 후 만난 여자거든." 정말 어쩔 수가 없었소. 그 여자를 만나면 인생이 피곤해진다는 걸 알면서도 끌리는 걸 어떡하겠소. 다행히 그녀가 내 진심을 알아줘 짝사랑은 되지 않았지만...

갑자기 의사 선생, 울음을 터뜨린다. 이번에는 순임이 티슈를 건넨다. 안경을 벗어 눈물을 닦는 의사 선생, 더불어 안경에 티끌도 닦는다.

의사선생: 사실 요즘 정말 힘드오. 와이프는 자꾸만 싸늘해져 가고, 그 여자는 사랑한다고 얘긴 하지만 무척 불안해하는 것 같아 내가 더 불안하오. 마치 오늘이라도 나를 버리고 사라져버릴 것만 같소.

순임(OFF SOUND): 그래도 외롭지는 않지 않나요?

의 사 선생: (다시 카메라를 쳐다보며) 혹시 그런 거 아시오? 같이 있을 때조차 외롭다면 그 다음엔 어떡해야 하는지? 와이프에겐 미안한 얘기지만, 그녀에겐 왠지 마음이 안가 외롭고, 그 여자 경우는 왠지 그녀 마음을 얻지 못한 거 같아 외롭고... 정말 불안하고 미치겠소. 이럴 땐 정말 어떡하면 좋겠소?

순임을 슬픈 눈빛으로 바라보는 의사 선생. 순임, 자세를 꼿꼿이 하고 아무 말도 못하고 의사 선생을 마주 보고 앉아 있다. "앵~" 파리 한 마리가 두 사람 사이에서 날아다닌다.

INSERT - 달마상


S#8. 도로(낮)

누군가(최반장) 차를 몰고 있다. (카메라는 뒤쪽에서 인물의 뒷모습만을 계속 잡는다.)앞 차창 밖으로 펼쳐진 시원스런 길. 엔진 소리에 겹쳐 라디오 노래 소리가 들린다. 오페라 아리아.

"치익!" 이때 무전기소리 "아! 하나 둘 하나 둘, 최,최반장님 나오십시오. 여긴 톡수리, 톡수리."(자막처리)

최반장: 임마, 발음 똑똑히 해. 톡수리가 뭐야. 독수리지.
무전기: 치익! 뭐라구요? 잘 안 들리는데요.
최반장: 말하라구, 임마.
무전기:아,네. 드디어 참새떼가 허수아비쪽에 떴습니다. 이번엔 기필코 발본색출하겠습니다.
최반장: 임마, 발본색원이야. 색원. 색출이 아니고.
무전기: 뭐라고요? 잘 안 들리는 데요.
최반장: 알았다고 임마. 내가 그리로 갈까?

치익!

무전기: 괜,괜찮습니다. 잘 쉬시지도 못하셨을텐데....치익!
최반장: 그럼 좀 잘해. 끊어.

"야아아, ~ " 절규하는 하이톤의 여자 가수 목소리.
최반장: (나지막한 목소리로) 미치겠군.

이윽고 커지는 차 엔진소리와 라디오 채널 돌아가는 소리,"삐리 삐리 빗" "노란 샤스 입은---" 노란샤스 노래가 들려온다.

S#9. 상담실(낮)

카 메라가 의사선생의 자리를 비추지만 자리가 비어 있다. 화면 밖 소리로 훌쩍거리는 소리만 들린다. 이윽고 카메라가 이동하자 의사 선생이 티슈로 눈물을 훔치며 순임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앉아 있다. 순임이 어색한 듯 몸을 곧추세우고 그 옆에서 아예 티슈통을 들고 앉아 있다.

의사 선생: 사랑이 이렇게 괴로운 건 줄 알았으면, 돈이나 열심히 버는 건데... 내가 너무 바보같죠 ? 흑.

순임이 다시 티슈를 건넨다. 의사 선생, 티슈를 받아들고 "캥"하고 코를 풀어 제낀다. 그들 사이를 어지롭게 날아다니는 파리들. 앵~거리는 소리가 제법 요란스럽다.

순임: (신경질적으로) 저놈의 파리 새끼들이...

이때 "삑" 하고 들리는 인터폰 소리, "선생님, 환자가 기다리는 데요." 순임, 심호흡을
S#10. 기차역 로비(낮)

강 두식이 기차역 보관함에서 뭔가를 꺼내 가방(악기 가방처럼 보인다.)에 담고 있다. 그 뒤를 스쳐 지나가는 행려들(타악기 소리 작게 다시 계속). 주변이 무척 시끄럽다. 강두식, 보관함옆 계단에 앉아 담배를 피워 물고서 심각하게 잡지를 보고 있다.

"한국 경제 무엇이 문제인가? (TWO)"

갑자기 강두식이 울음을 터뜨린다. 담배를 꼬나물고 우는 모습이 다소 우스꽝스럽다. 호주머니에서 종이 한 장과 반지 하나를 꺼내드는 강두식, '더 좋은 여자 만날거예요. 진심이예요. J. ' 여자가 쓴 메모지다.
강두식, 다시 끅끅거리며 울다 메모지를 구겨 쥐고 그걸로 눈물을 훔치는 강두식, 더불어 힘차게 코도 풀어보고... " 강두식, 시계를 본다. 7시 정각. 어딘가로 전화를 건다.

(신호음 소리) "딸깍! 여보쇼"

하이톤의 깨는 상대방의 목소리가 들린다. 강두식, 수화기를 들고 잠시 서있다 한마디한다.

강두식: 집이 엿같아 이사갑니다. 상도동에서 연희동 벼락맞은 대추나무로.

다시 상대편에서 들리는 하이톤의 깨는 목소리

목소리: 짱깨쪽은?.
강두식: 상관없소. 그쪽으로 다 넘기겠소.
목소리: 그러쇼 강두식, 전화를 끊는다.

(타악기 소리 크게 고조)


S#11. 도로

최형사가 빠르게 달리고 있다. 꽃든 여자 스쳐지나간다.


S#12. 골목길(플래쉬 백)

" 탁탁탁" 골목쪽으로 뛰어오는 발소리. 카메라 시점으로 뛰어가고 있다. "헉헉..." 한 녀석이(뒤에 까까머리로 나온다.) 몹시 긴장된 표정으로 숨을 헐떡이고 있다. 잭나이프를 쥔 손으로 연신 땀을 훔치며 골목 벽에 붙어 눈치를 살피고 있다. 다시 뛰어오는 발소리. 갑자기 커브길 벽쪽에서 잭나이프를 그러쥐고 불쑥 튀어나온 녀석, 그러나 아무도 없다.
이때 어느틈엔가 뒤에 서있는 최형사, 그러나 또다른 녀석이 최형사를 강타한다. 쓰러지는 최형사. 녀석들이 부리나케 도망간다.


S#13. 사진관(플래쉬 백)

노란 샤스를 입은 최형사와 아내가 촬영의자에 와서 앉는다.(약간의 슬로우 모션 + No Sound) 사진이 찍히는 순간 최형사의 얼굴로 아내가 활짝 웃으며 얼굴을 들이민다. 퍽! 퍽! 퍽! (연속 촬영되는 몇장의 컷트들)


S#14. 시내 도로(낮)

차 엔진소리. 차가 도로 귀퉁이에 멈춰서 있다. 최형사, 차 문을 닫고 들어온다. 노란샤스를 입은 최형사와 아내의 사진이 바람에 살랑거린다. 최형사, 또 뭔가를 작은 병에 담는다. 최형사 잠시 눈을 감고 뭔가를 생각하다 차를 몰고 질주한다. 앞 차창 밖으로 도로가 펼쳐 보인다. 갑자기 차를 돌리는 최형사, 다시 질주한다.


S#15. 술집(플래시 백)

퍽! (프래쉬 효과. 타악기 소리 중지. Slow motion 흑백) 이번엔 한 남자가 김순임의 뺨을 후려친다. 김순임이 이를 앙다물고 남자를 노려본다. 남자가 경멸 어린 눈빛으로 순임을 쳐다본다. 남자, 탁자를 뒤집어엎고 나가다 문득 뒤돌아 선다. 손에 끼고 있던 목걸이를 빼 순임에게 내던진다.


S#16. 까페

'벼락맞은 대추나무'앞(낮) 강두식이 가방을 들고 서 있다.(노란 색깔의 까페 벽면을 배경으로) (타악기 소리)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까까머리 두사람. 서로 티격거리며, 히히덕거리며 강두식쪽으로 걸어온다.


S#17. 상담실(플래쉬 백)

퍽! (프래쉬 효과. 타악기 소리 중지. Slow motion 흑백) 우당탕! 탁자가 뒤집어 진다. 순임이 탁자를 뒤집어엎었다. 의사 선생이 놀란 눈으로 순임을 쳐다본다.

순 임: 뭐야, 새끼야. 내가 지랄나서 가랭이 벌려 번 돈, 너한테 쳐 바르는 줄 알아? 해답을 주기는커녕 그따위 사랑 타령하면서 양다릴 걸쳐. 그래 너 잘났다 이 새끼야. 넌 두 년 사이에서 행복한 고민하지. 바로 너같은 놈들 때문에 나같은 여자가 피보는 거야. 알아? 이 씨발새끼야!

다시 한번 탁자를 뒤집어엎는 순임, 씩씩거리며 서있다. 파리 한 마리가 "왱" 거리며 날아와 의사 선생의 콧등에 앉는다.

순임 : 저놈의 파리새끼가...

순임, 손바닥을 활짝 펴서 의사 선생의 얼굴을 가격한다.


NSERT#3. 바닷가

"촤아~" 파도 소리가 들린다. 꽃든 여자가 서있다.


S#18. 거리(낮)

S#19. 까페 '벼락맞은 대추나무'앞 (낮)

꽝! 강두식의 가방이 바닥에 내동댕이쳐진다. 트럼펫이 퉁겨져 나온다. 하얀 가루가 들어 있는 봉투가 쏟아져 나온다. 까까머리 둘, 무자비하게 강두식을 가격하고 있다. (좀더 빠른 템포의 타악기 소리 ) 노란 색깔의 벽면을 가진 까페에서 문을 열고 나오던 낯선 여자, 그 광경에 너무나 놀라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까까머리 하나가 문득 그 여자를 향해 고개를 돌려 쳐다본다. 혀로 앞 이빨을 훑으며 위협적으로 희롱하다 가방에서 튕겨져 나온 하얀 가루가 든 봉투들을 챙겨 들고 여유있게 낄낄거리며 사라진다.

"아이 씨발..." 신음하고 있는 강두식.(갑작스런 타악기 소리 중단. 사운드 無) 강두식의 시점에서 파란 하늘이 보인다.
한 꼬마가 강두식의 얼굴위로 파란 하늘을 가리며 나타난다. 손잡이가 있는 둥근 사탕을 빨며 무심히 내려다 보다 사라진다. 다시 파란 하늘이 보인다. "꺅!" 비로소 들리는 여자의 비명소리.(비명소리 에코우 효과처리)


S#20. 거리 (늦은 오후)

순 임이 홀로 서 있다. 뒷배경에 여행사의 사이판 관광 포스터가(파란 바닷가 풍경이 인상적이다.) 대자로 크게 붙어 있다. 순임, 자꾸 힘없이 눈을 깜빡인다. 주저주저 거리며 왔다 갔다 하다 핸드백 속에서 썬그라스를 찾아 끼고 화면밖으로 사라진다.


INSERT#3. 바닷가(낮)

다 시 파란 바닷가가 펼쳐진다. (파란 하늘에서 파란 바다로 TILT DOWN) 시원스런 파도소리. "촤아~" 파도 소리가 들린다. 꽃 한송이가 커다랗게 보인다. 카메라가 조금 뒤로 빠지자 해바라기 꽃 한송이가 백사장에 꽂혀 있다. 그 너머로 파란 바다가 넘실거린다.


S#21. 도로(낮)

강두식이 도로변에 멍하니 서있다. 차들이 빠르게 지나가고 있다. 멍든 강두식의 얼굴과 흩어진 옷차림. 눈꺼풀이 약간 떨리며 뭔가 생각하는 듯한 강두식, 좀더 도로변으로 접근한다.
한 대의 차가 스치듯 빠르게 지나간다. 한쪽 다리를 도로로 천천히 가져가는 강두식, 멀리서 트럭 한 대가 빵빵거리며 다가온다. 트럭이 거의 다가올 무렵 슬쩍 다리를 거두는 강두식, 멍청한 표정으로 화면에서 빠져나간다.


S#22. 횡단보도 앞(낮)

김순임이 횡단보도에 서있다. 빨간 불이다. 많은 사람들이 같이 서있다. "띠릉띠릉" 파란 불이다. 사람들이 우르르 건너기 시작한다. 김순임이 썬그라스를 낀 채 꼼짝하지 않고 있다.



S#23. 도로(낮)

최형사의 차가 계속 달리고 있다. 달리는 도로의 전경이 빠르게 내달리고 있다.(시원스런 엔진 소리 + 타악기 소리) 갑자기 최형사, 더욱 가속한다.


S#24. 횡단보도 앞(낮)

(타 악기 소리 계속) 강두식이 비틀거리며 걸어온다. 강두식,흩뜨려진 머리를 휴대용 빗으로 바로 한다. 더불어 머리에 침도 좀 바르고... 손으로 얼굴을 훔치며 고개를 들어 심호흡을 한다. 주위에 한 남학생이 그런 강두식을 뚫어지게 쳐다본다. 강두식, 손으로 코를 움켜쥐고 있다 그 사람을 의식한 듯 인상을 쓰며 한마디 내뱉는다.

강두식: 뭘봐, 씹탱아.

그러나 카메라가 Long shot으로 빠지자 아줌마, 아저씨, 꼬마들까지, 심지어 강아지까지 강두식의 얼굴을 쳐다보고 있다.

`SLOW MOTION -> 강두식이 심호흡을 하고 고개를 내리다 문득 순임을 보고 놀란다. 순임이 빠르게 지나가는 차들을 헤치며 나아가고 있다. 강두식이 갑자기 고함을 지른다.

"야! 너 뭐하는거야!" 순간, 주변에 사람들이 화들짝 놀라 흩어진다.

순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전진할 뿐이다. 빵빵거리며 아슬아슬하게 지나가는 차들. "이 미친년아!" 욕설을 퍼부으며 손가락질을 하며 빠르게 위협적으로 스쳐 지나가는 차 들. 강두식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 아이 씨발!" 강두식이 차도로 뛰어든다. 순임의 앞쪽에서 아스라이 보이는 강두식,"돌아가!" 계속 소리를 질러 보지만 순임,반응이 없다. 앞서의 최형사의 차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브레이크! "끼이익!" 강두식,순임의 가슴을 밀치며 멋지게 슬라이딩!(...그 순간, 강두식의 엄청나게 험악하게 구겨진 표정으로 꽉 주름 잡힌 인상과 순임의 놀란 토끼모양의 눈이 벗겨지고 있는 썬그라스 사이로 보이는, 바로 그 모습에서 정지.)
그 화면 밑으로 아주 더디게 타자(둔탁한 타자 소리와 함께)가 쳐진다.

"그렇게 강두식은 김순임을 만났다."

(정 지화면 풀리며)쿵! 순임의 핸드백이 하늘로 퉁겨져 올라갔다. 최형사의 차속에 작은병이 떨어지며 그 속에서 하얀 알약들이 쏟아져 나온다. 산산이 흩어지는 내용물들, 순임의 핸드백속에서 삐져나온 구슬목걸이가 바닥에 떨어지며 사방으로 튕겨져 나간다. 그 속에 반지 하나가 더불어 튕겨져 떨어진다.
파란 불!(행인쪽) 일제히 차들이 멈춰 선다.

-음악 무. 현장음만 강조. 공기소리.-

김순임, 놀란 표정으로 앉은 채 쓰러져 있지만 멀쩡하다. 강두식, 엎드린 채 쓰러져 있다. 차에 부딪친 듯 하다. 차에서 사람들이 고개를 내밀어 잠시 쳐다보다 이윽고 슬슬 출발한다.

최형사 (문을 열고 나오며): 괜찮소?

차 지붕에는 번쩍이는 경찰신호등이 돌아가고 있다. 강두식, 있는 힘을 다해 어딘가로 기어간다. 반지다. 떨어진 반지를 주으려고 손을 뻗치는 강두식, 이때 동시에 들어오는 또 다른 손, 순임의 손이다. 강두식과 김순임, 아무런 대꾸 없이 서로를 쳐다본다. 이윽고 강두식의 코에서 다시 코피가 주르륵 흘러내린다.

강두식(힘겹게 한마디): 내꺼야...

고개를 떨구며 쓰러진다. 망연히 서 있는 최형사, 쓰러져 있는 강두식, 김순임의 모습이 멀리서 비춰진다.


S#25. 한적한 도로(늦은 오후)

달 리는 차안, 아까와 비슷한 차창밖 풍경이 보인다. 병원이 큰 간판을 과시하며 보인다. 그러나 스쳐 지나가는 차. 뒷좌석에 김순임과 강두식이 나란히 앉아 있다. 한쪽 코를 휴지로 틀어막고 있는 강두식. 그러나 머리는 다시 빽으로 산뜻하게 넘겨져 있다. 순임의 손에 그 반지가 끼워져 있다. 순임이 창밖을 바라보다 강두식쪽을 쳐다본다. 강두식, 앞만을 바라보고 있다 여자의 시선을 느끼고 힐끗 여자를 쳐다본다. 시선이 마주쳤다. 강두식, 멋쩍은 듯 웃는다. 순임이 따라 웃는다. 운전석의 최형사가 백미러를 통해 힐끗 둘을 쳐다본다.

최형사: 거기 가서 도대체 뭐하겠다는 거요?

강두식과 김순임, 아랑곳하지 않고 서로를 쳐다보며 씨익 웃는다. 차가 도로를 달리고 있다. 파도소리가 이어져 들린다.


S#26. 바닷가(저녁 무렵)

노 을진 바닷가가 보인다. 시원스런 바다의 소리들. 파도소리, 바람소리... 그리고 트럼펫 소리. 다시 차지붕위의 번쩍이는 신호등, 그 너머로 보이는 노을진 바닷가. 최형사가 차에 기대어 담뱃불을 붙이고 있다. 노을진 바닷가가 시원스레 펼쳐져 있다. 바닷가에 실루엣으로 강두식과 김순임이 보인다. 강두식이 폼나게 트럼펫을 불고 있다. 순임이 숄을 흔들며 미소를 띠며 춤을 추고 있다.

이때 화면밖 소리로 "칙!" 무전기 소리, "여긴 톡수리, 톡수리. 칙!" (자막처리)
이때 다시 무전기 소리, '칙' "

오 늘 현장에서 일당들을 발본색출, 아니 검거했습니다. 놈들이 갖고있던 현금과 위조여권, 무기일체를 증거물로 압수했습니다. 칙! 근데 강두식이란 놈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놈을 마저 잡지 못해 무척 애석합니다. ...그,그리고 사,사모님 장례식 발인은 예정대로 치뤄지나요? 칙! 여긴 톡수리, 톡수리. 듣고 계십니까? "

최형사, 차안에 무전기를 지붕 위에 올려놓고 신경 쓰지 않는 듯 다시 담뱃불을 붙인다. 담배연기를 내뿜으며 두 사람 쪽을 쳐다보는 최형사, 나지막이 한마디, "강두식..." 카메라가 다시 노니는 두 사람을 비추다 점차 뒤로 빠진다. 차에 기대선 최형사쪽을 빠져 멀리 뒤로 카메라 빠지자, 한눈에 발갛게 물든 바다가 더욱 장관으로 펼쳐 보인다.

- 음악 - 트럼펫 곡을 이어 흘러나온다.
그 위로 화면 밑에 자막 하나
- To be continued...
Ending credit이 음악을 타고 올라간다. 엔딩 크레딧 도중, 두 장면 삽입.

'여자(J)가 거울을 보며 화장을 하다 문득 어딘가로 전화를 한다.'
'의사가 다른 여자를 상대로 열심히 진료중이다.'
그위로 목탁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