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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사생활은 안전합니까?

버블건 2008. 6. 19. 23:36

당신의 사생활은 안전합니까?


`오양 비디오' `미스코리아 수영복 투시 몰래카메라'에 이어 `백지영 비디오' 사건은 높아져 가는 사이버 성폭력의 위험수위를 확인시켜줬다. 여관들이 붙이기 시작한 `절대안전 몰카 없음'이란 문구는 거꾸로 `몰래카메라에 포위된 인권'을 웅변한다.

그렇지만 이번 백지영씨 사건은 피해자를 `문제 여성'으로 낙인찍어 버리던 이전과는 달리 여성에 대한 사이버 성폭력과 이를 통한 사생활 침해에 합리적으로 대응하려는 움직임이 싹트고 있다. 백지영씨가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비디오 유출자에 대해 법적인 대응을 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백지영은 피해자'라는 여론이 힘을 얻고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에는 비디오 유출 혐의를 받고 있는 남성을 비판하는 온라인 동우회도 생겼다.

여성단체들도 이번에는 테잎 유포자에 대한 수사와 처벌을 요구하고 언론의 선정성에 정면대응하고 나섰다.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는 4일 발표한 성명에서, “백씨 인터넷 동영상에 관한 지상파 텔레비전의 보도는 개인의 사생활 침범”이라고 규정하고 “각 방송사는 국민의 자산인 방송전파를 낭비한 책임을 지고 시청자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여성민우회는 서울방송의 <한밤의 TV연예>에 대해 “사실확인이 되기 전에 백씨 관련 보도를 내보내고, 다음날 백씨 동영상의 남자 주인공을 자처한 사람의 전화내용을 충분한 검증없이 그대로 내보내 문제를 걷잡을 수 없는 수위로 올려놓았다”며 이 프로그램의 제작 책임자에게 책임을 물었다. 한국여성단체연합도 같은 이유로 이 프로그램을 고발할 예정이다.

민우회는 또 이 사건에 초점을 맞춰 여성 연예인의 인권문제와 언론의 보도 태도에 대한 토론회를 8일 열 예정이다.

한편 이번 사건에서 드러났듯이 몰래카메라와 인터넷이 결합하면서 사이버 성폭력을 통한 사생활 침해가 훨씬 심각해지고 있다. 얼마 전까지 채팅 도중 여성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음담패설이 주를 이뤘던 사이버 성폭력이 이제는 성과 관련한 사생활을 무차별 공개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사이버성폭력피해신고센터(www.gender.or.kr)의 이경화 박사는 “신고를 받다보면 여관 비디오방 노래방 화장실 등 우리 사회 어디도 안전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촬영된 영상이 인터넷에 올라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는 피해 신고가 꽤 많다. 심지어 몰래 카메라만 모아 놓은 사이트도 있다”고 말한다.

또 가해자가 게시판에 `섹스 파트너 구함'이라는 제목으로 한 20대 여성의 이름과 휴대전화번호를 올려 피해자가 음란전화 때문에 큰 피해를 입은 것처럼 악의적으로 개인정보를 퍼뜨리는 사례도 올들어 여러건 접수됐다.

사이버 세계에도 현실의 남녀불평등이 고스란히, 아니 익명성이란 무기가 더해져 더 강하게 반영된다. 한국여성민우회는 백지영씨 사건에 대한 성명서에서 “남성의 성행위는 당당하고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면서 여전히 여성의 성을 도구화시키고 집단적으로 우스갯거리로 만들어버리는 우리 사회 주류의 이중적인 폭력적 성규범이 존재하는 한 이와 같은 여성 피해자는 끊임없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오양 비디오 사건의 경우, 피해자는 귀국도 못하고 있지만 상대방 남성은 오히려 유명세를 타 인터넷 방송의 진행자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