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148

자작 실험뮤직비디오 "풍경, 이름없는"

View... Nameless from Bubblegun on Vimeo. 2년전 마을생활사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주어진 주제가 가증스러워 반항삼아 만들어 본 즉흥적 실험이다. 자작 실험뮤직비디오 6분6초 연출의도 사라져가는 주목받지 못하는 풍경들, 그 안을 들여다보면 의외의 장소와 사물들에서 성스러움의 표상들을 발견하게 된다. 한편으로 성스러움의 표상과 부정의 표상은 작은 고개짓에도 서로 자리바꿈 할 만큼 그들의 형체는 유사하다.

사회정의는 질서에 우선한다 - 홍세화

◎ 이름:홍세화 ................................................................................................................................ "그대에겐 사회정의가 더 중요한가, 아니면 질서(안보)가 더 중요한가?" 이 질문에 독자는 어떤 대답을 할까? '사회정의' 라는 말 자체가 낯설게 느껴지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귀가 따갑도록 들어온 '안보' 라는 말에 반해, '사회정의' 라는 말은 잘 말하지도 않고, 따라서 자주 들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언어는 사회를 그대로 반영한다. 한국에서 '사회정의'나 '연대'라는 말은 듣기 어려운 대신에, '고통분담' 이라는 말은 대유행이다. 아이엠에프 관리체제 이후..

Band of Horses - Monsters

Band of Horses 2006년 발매된 그들의 첫 앨범 Everything All the Time 중에서 Monsters Band of Horses는 챔버팝 밴드 Carissa's Weird의 다양한 악기를 다루는 다재다능한 두사람 Ben Bridwell과 Matt Brooke가 만든 밴드다. 이들의 음악은 숲속에서 들리는 듯한 시원한 청량감이 넘치는 보컬과 잔잔하며 아기자기한 아름다운 멜로디의 곡들이 날 끊임없이 귀 기울이게 한다. 이들 음악의 이런 느낌들은 아마도 과거 챔버팝밴드로서의 활동에 기인하지 않나 싶다. Band of Horses - Monsters A tree for all these problems they can find you for the moment then for all p..

[단편소설] 육교 위에서 - 조세희

육교 위에서 조세희 신애는 시내 중심가를 걸으며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그녀가 볼 수 있는 것은 사람·건물·자동차뿐이었다. 거리에서는 기름 타는 냄새, 사람 냄새, 고무 타는 냄새가 났다. 잠시 서서 주위를 둘러보기도 어려울 정도였다. 인도에 사람들이 넘치고, 차도에 자동차들이 넘쳤다. 몸둘 곳이 없었다. 단 몇 초 동안이라도 걸음을 멈추고 우울을 달랠 곳이 없었다. 병원에 가는 길이었다. 밑의 동생이 입원을 했다. 아직 마흔도 안 된 나이인데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잠도 자지 못했다. 동생은 내과 의사들만 찾아다녔다. 위가 나빠져 음식을 소화시키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데, 의사들을 찾아다녀도 동생의 병은 좀처럼 낫지 않았다. 육십삼 킬로그램이었던 몸무게가 오십일 킬로그램으로 줄었다. 신애의 남편..

[단편소설] 흰 얼룩말 - 이윤기

흰 얼룩말 이윤기 “……마당에 놓인 널평상에 세 사람이 앉아 있다. 스무 살 먹은 청년, 청년의 아버지 그리고 청년의 할아버지다. 마당과 길 사이에는 판자를 격자(格子)로 세워 만든 울타리가 있다. 지금부터 내가 묘사하는 울타리 모양에 귀를 기울여 주기 바란다. 울타리 만드는 데 쓰인 판자의 너비는 한 뼘쯤 된다. 울타리의 판자는 서로 딱 붙어 있는 것이 아니다. 판자와 판자 사이가 대략 한 뼘쯤 벌어져 있다. 그래서 마당에 놓인 널평상에 앉아 시선을 옮기면 울타리 너머로 지나가는 사람들 모습이 보인다. 예전에는 이런 판자 울타리가 많았다. 판자를 촘촘하게 짜 놓으면 바람을 견디지 못하고 울타리가 통째 쓰러지는 일이 흔했다. 청년은 울타리를 등진 채 앉아 있다. 그 청년이, 무언가 지나가는 소리를 들었던..

이청준 - 잔인한 도시

잔인한 도시 이청준 날씨가 제법 싸늘해지기 시작한 어느 가을날 해질녘 그 사내가 문득 교도소 길목을 조그 맣게 걸어나왔다. 그것은 여간 희한한 일이 아니었다. 근래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일이었다. 교도소는 도시의 서북쪽 일각, 벚나무와 오리나무들이 무질서하게 조림된 공원 숲의 아래 쪽에 있었다. 그리고 그 무질서한 인조림이 끝나고 있는 공원 입구께에서 2백 미터 남짓한 교도소 길목이 꺾여들고 있었다. 공원 입구에선 교도소 길목과 높고 음침스런 소내 건물들 을 제 손바닥 들여다보듯 한눈에 모두 내려다볼 수 있었다. 교도소 골목을 오르내리는 것이 면 강아지 한 마리도 움직임이 빤했다. 하지만 그 길목은 언제부턴가 사람의 눈길을 끌 만한 움직임이 끊어진지 오래였다. 교도 소와 관련하여 길목을 오르내리는 사람..

[단편소설] 나는 아름답다 - 김영하

나는 아름답다 김영하 우리는 모두가 위대한 혼자였다. 살아 있으라, 누구든 살아 있으라. 기형도의 "비가 2" 중에서 그해 7월. 아직 여름은 오지 않았다. 마치 종말이라도 닥쳐올 듯이, 나는 여름을 기다렸다. 나는 나를 둘러싸고 있는 이 사막이 더욱더 황량해지기를 갈망했다. 그 목마름이 미처 우물을 파기도 전에 어느 날, 하늘에서는 천사들의 나팔소리처럼 시원한 뇌성 한 줄기가 울려 퍼지며 그 여름이 당도했음을 알렸다. 그 나팔소리와 함께 몰려온 비구름은 내리 나흘낮 나흘밤 동안 빗줄기를 뿌려댔다. 그리고 나자 빗발은 서서히 실팍해지면서 아스팔트 위로는 여린 김이 모락거리는 것이었다. 세상은 이그러진 채로 승천하고 있었다. 서서히 몸을 일으켜 창을 열고 밖을 둘러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분주히 뛰어다니고 ..

[단편소설] 포스트잇 - 김영하

포스트잇 김영하 처음으로 산 수동 카메라. 36~72mm 렌즈가 장착되어 있고 모터 드라이브는 없다. 그러므로 모든 것이 수동이다. 이 카메라는 빛이 들어오는 구멍, 그것을 조절하는 조리개, 그리고 셔터만으로 이루어져 있다. 불필요하거나 과장된 기능은 하나도 없다. 간혹 내 의도와는 상관없이 기가 막힐 정도로 멋진 사진을 뽑아낸다. 나와 함께 유럽과 터키, 캄보디아, 태국, 인도네시아를 여행했다. 그리하여 나는 이 카메라를 통해 본 것만을 기억하게 되었다. 내 눈의 기계적 확장태라 할 수 있겠다. 중학교 3학년 때 이 책을 처음 읽었다. 소풍 전날이어서 오후가 되자 학교는 묘지처럼 텅 비어버렸다. 나는 혼자 도서실에 가서 소설을 읽었다. 그러자 뿔테안경을 쓴 국어선생이 다가와 나를 귀순용사 보듯 들여다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