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사니 Cargo/자취

목요일 밤의 열기 - 청글영화강좌 (2002. 7. 5)

버블건 2008. 3. 14. 14:02

목요일 밤의 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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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글영화강좌

전남대 정문 청년글방, 스무살 언저리에서부터 마흔이 넘은 사람들까지 글방을 채우고 있는 ‘청년’들의 연배가 다양했다. 장사 잘되는 책방? 아니다. 책을 사거나 뒤적거리지 않고 세쪽짜리 인쇄물을 들고 강사의 말에 귀를 쫑긋 세우고 있다. 이른바 ‘청글영화강좌’. 오는 8월29일까지 아홉 주 동안 매주 목요일이면 벌어질 풍경의 첫 화면이다.

청글영화강좌

일시: 매주 목요일 저녁 7시
장소: 북까페 청년글방(062-525-0502)

7월 11일(목) 영화 언어 ; 내러티브, 영화의 시공간 / 강사 : 이육호(동국대 영화과 석사)

7월 18일(목) 제3세계 영화 ; 라틴아메리카 영화사, 그 혁명과 변혁의 영화사
강사 : 장용석(MBC구성작가, Kino기고가)

7월 25일(목) 영화 장르 ; SF, 멜로
강사 : 위경혜(동신대 영화학과 강사)

8월 1일(목) 영화 장르 ; 호러, 코미디
강사 : 백종록(디지털 영화감독)

8월 8일(목) 영화와 은유, 영화와 기호
강사 : 이향준(전남대 철학과 강사)

8월 15일(목) 영화작가 : 로베르 브레송 강사 : 이육호(동신대 영화과 석사)

8월 22일(목) 영화작가 : 임권택
강사 : 조대영(광주영화제 운영팀)

8월 29일(목) 영화, 철학을 만나다 ; 과 파레르곤  강사 : 김형중(문학평론가)

7월4일, 첫 강좌의 주제는 ‘영화언어’. 동신대 영화학과에 출강하고 있는 위경혜씨가 미장센 몽타주 사운드… 같은 전문용어를 마구잡이로 풀어헤치고 있다. 내용에 걸맞는 화면도 준비되어 있다. 자유부인 마부 러브레터 사이코 새 여고괴담 전함포템킨 등 이날 ‘짧게’ 소개된 영화만도 열 편이 넘는다.

보통사람들에게 아주 익숙한 화면일수록 분명하게 특정한 효과를 노리고 있다는 게 이날 강좌의 골격이었다. 그리고 그 기법의 면밀한 점검을 위해 잘 알려진 영화의 장면들을 분석했다.

예컨대 ‘여고괴담1’에서 목을 매달고 죽은 선생님이 나오는 장면이 있는데, 이 경우는 서로 다른 짧은 컷을 순차적으로 배치해 공포스런 효과를 만들어 내고 화면 바깥의 관객이 순식간에 화면 안으로 빨려들어 가게 하는 연속편집(continuity editing)기법이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영화와 관객이 만나는 가장 기본적인 형식으로서 프레임 △카메라의 거리와 각도, 높이에 따른 독특한 효과 창출 △쇼트-씬-시퀀스로 이어지는 화면단위와 편집을 통한 제3의 이미지 창출 △대사, 음악, 음향으로 구분되는 사운드의 도입과 그것의 효과적인 사용 등의 내용이 강의와 화면, 그리고 토론을 통해 이야기되었다.

청년글방의 주인 문학평론가 김형중씨는 “영화산업은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있는데 영화를 꼼꼼히 보려는 관객들의 움직임은 오히려 움츠러든 것 같아 강좌를 마련했다”며 “제대로 된 영화를, 제대로 보고, 영화를 통해 세계를 진지하게 사유하기 위한 기초 작업이 될 것”이라고 강좌의 의미를 밝혔다. 청년글방 영화 세미나팀 ‘퀼트’의 조대영씨는 “소수 마니아들을 중심으로 진행되던 영화공부를 좀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강좌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한편 “자유로운 개인들의 아름다운 공동체”를 지향하고 있는 청년글방은 목요일 영화강좌 외에도 △화·수요일 오후 7시 고재종 시인의 ‘시창작 교실’ △금요일 오후 7시 ‘신화 세미나’ △토요일 오전 10시 ‘문학 세미나’등이 마련되어 있다. 참여에 따르는 조건은 ‘뜻과 의지’뿐이라고 한다.
이정우 기자  arrti@jeonlad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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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출력  2002-07-05 14:3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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