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화면에 70년대 후반 애국조회 할때의 음악(또는 국민체조할 때의
음악) 흘러나온다. 곧 흰글씨의 한문 타이틀 『支.離.滅.裂』이 페이드인 된다.(관객의 50%, 무슨 글인지 순간적으로 읽지
못한다.) 곧이어 한문밑에 한글로 지,리,멸,렬,이 떠오른다. 잠시후 페이드아웃. 곧이어 '제 1 화' 『바퀴벌레』라는 소제목
페이드 인. 음악은 고상한 클래식으로 바뀌어 있다.
Episode 1
제1화 바퀴벌레
S#1. 캠퍼스 숲길(낮)
대 학 캠퍼스의 조용하고 깨끗한 아스팔트 길. 주위는 온통 숲이 우거져 있다. (에피소드 1의 주인공인) 길 교수가 기분좋은 표정으로 걸어가고 있다. 저편 멀리 자신의 교수실이 있는 인문관 건물을 바라보는 길교수. 작은 몸집에 온화한 얼굴. 품위있으면서도 세련된 양복을 입고있다. 길교수의 또깍또각 구두소리가 숲속의 벌레소리, 새소리와 어우러져 상쾌하게 들린다. 저 앞쪽에서 걸어가는 여대생이 누군가 보니 과대표 김양이다. 단정하면서도 아주 싱싱한 매력을 풍기는 외모이다. 김양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계속 걸어가는 길교수. 김양은 어깨 양끝에 살짝 걸쳐지는 상의를 입고 있다. 섹시하게 느껴진다는 듯 묘한 표정짓는 길 교수. 길교수의 상상장면 - 걸음을 재촉해서 몰래 김양의 뒷쪽으로 다가가는 길교수. 손에 닿을만큼 바짝 다가간다. 양 손가락으로 김양의 양쪽 어깨끝을 '톡'치자, 양 어깨끝에 살짝 걸친 상의가 툭 떨어져 내린다. 깜짝 놀라는 김양. 그 순간 커트되면, 처음처럼 멀찍이 떨어져서 걸어가고 있는 김양과 길교수. 인기척에 뒤 돌아본 김양이 반갑게 인사를 한다.
" 안녕하세요 "
얼떨하면서도 반가운 표정으로 인사받는 길 교수.
S#2. 길교수의 방
인 문관 6층에 있는 길교수의 방. 갈색 톤의 책상과 책장, 꽉 들어찬 전공서적들, 전형적인 대학교수의 교수실 모습. 창가의 책상에서 뭔가 전공서적을 뒤척이고 있는 듯이 보이는 길교수. 카메라 이동해 들어가면, 길교수가 보고있는 것이 도색잡지임이 보인다. 사진들 중에서도 특히나 세련된 것인지, 어느 한 페이지를 몹시 집중된 표정으로 감상하는 길 교수. 길교수의 시점화면으로 그 누드사진이 보여진다. 이때 깜짝 놀라듯 시계를 쳐다보는 길교수, 강의 시간이 약간 지났음을 발견한다. 허겁지겁 교재들을 챙겨 교수실을 빠져나가는 길선생.
S#3. 엘리베이터
6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길교수. 닫히는 문너머로 이런저런 교재들을 추스리는 길교수의 모습이 보인다.
S#4. 강의실-계단-길교수의 방
인문관 1 층 작은 강의실. 열강하는 길교수의 모습. 몹시 진지하게 보이며 학생들도 집중하고 있는 듯 하다. 맨 앞줄에 과대표 김양의 모습도 보인다.
길 교수 강의 : "오늘은 현대 사회 심리학에서 중요한 부분인 아도르노의 '권위주의적 성격', The Authoritarian Personality 에 대해 공부해 보겠습니다. 이 이론은 아도르노가 反 유태인 감정의 근원을 조사하기 위해 행한 연구의 결과로서.... 모두 9가지의 심리적 특성으로 나뉘어 지는 것입니다."
강의 도중 잠시 무엇인가 생각난 듯, 자신의 가방과 파일들을 뒤적거리는 길교수. '아차' 하는 당황한 표정을 짓는다.
길교수: "저 미안한데요, 여러분한테 나눠줄 복사물을 깜빡 놓고 왔네요. 내방 책상위에 있는데, 누가 좀 갖다줄래요?"
역시 과대표 김양이 즉시 나선다. 가벼운 미소를 짓는 길교수.
길교수 : (나가는 김양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육층 내방 알죠? 방문은 열려 있을 거예요.." (칠판으로 돌아서며) 자 그 첫번째 특성 "인습주의"...
다 시 강의를 계속하려는 찰나, 갑자기 소스라치듯 놀라는 길교수의 얼굴.(이때 순간적인 인서트 컷) - 길교수의 방 책상위에, 즉 김양이 가지러간 복사물 바로옆에, 그대로 펼쳐진 채 놔두고 온 도색잡지의 사진 - 전율과 경악에 뒤범벅되어 잠시간 움직이지도 못하는 길교수.
길교수 : (강의실 밖으로 뛰쳐나가며) "아, 여러분 5분간 휴식입니다!."
학생들 의 어리둥절한 표정. 김양을 붙잡기 위해 뛰어가는 길교수. 엘리베이터에 올라타는 사람들 사이로 김양의 모습이 보인다. 길교수, 김양의 이름을 부르지만 이미 엘리베이터는 6층으로 출발해버린다.(여기서부터 엘리베이터속의 김양과, 계단을 뛰어 올라가는 길교수의 교차편집) 엘리베이터엔 다른 학생들도 꽤 있어서 매층마다 스톱하며 사람이 내린다. 그러나 계단의 길교수, 체력의 한계인지 쉽게 따라잡지 못한다. 6층에 도착한 엘리베이터. 김양이 걸어나와 길교수의 방으로 걸어간다. 카메라 팬(또는 이동)하면 옆 계단에서 헐떡이며 뛰어올라온 길교수의 모습이 보인다. 길교수, 김양이 시야에 들어왔으나, 벌써 김양은 자신의 교수실 문짝 바로 앞까지 걸어가 있다.
길교수 : "김양! 잠깐만". (김양이 뒤돌아보자) "아, 미안해요 김양. 내가 방문 잠궈놓고 온 걸 깜빡 잊고 말이지... 열쇠가..."
일단 김양을 세워놓고, 여유있는 척 걸어가는 길 교수. 주머니에서 방열쇠를 찾는 척 뒤적거린다.
과대표 김양 : (슥 하고 방문 손잡이를 돌려보며) " 열려 있는데요....."
사 뿐히 방안으로 들어가는 김양. 다시 경악하는 표정의 길교수, 번개같이 대쉬한다. 방문에 들어서자 마자 문옆 선반의 넓직한 백과사전을 집어던지는 길교수. 공중을 날으는 백과사전, (고속촬영)앞서가는 김양의 어깨옆을 지나, 포물선을 그리며 길교수 책상위에 정확히 떨어진다. 도색잡지를 절묘하게 덮어 가리는 백과사전.
과대표김양 : (깜짝 놀랐다가,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어머, 교수님 . 뭐 하시는 거예요?"
길교수 : (숨이 차 헐떡이나, 여유를 되찾은 듯) "아..바퀴벌레가 책상위에.."
과대표김양 : "어머 세상에 별일두.... "
별 일도 다있다는 표정의 김양, 참 재미있는 분이라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복사물을 가지고 밖으로 나간다. 길교수,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창문을 연다. 창밖을 보며 땀을 닦는 여유로운 길교수의 모습이 건물밖에서 잡은 익스트림 롱샷으로 보여진다.
페이드 아웃.
검은 화면에 에피소드 2 의 타이틀이 뜬다. 에피소드 2의 전체 분위기를 나타내는듯, 잔잔하고 서정적인 느낌까지 주는 클래식기타가 조용히 흘러나온다. 자막 페이드 아웃 되면 아름다운 주택가 골목.
Episode 2
제2화 골목밖으로
S#1. 골목길(아침)
햇 살이 상쾌하게 부서지는 이른 아침. 삼청동(또는 가회동 같은) 아름다운 주택가. 품격있는 저택들 사이로 깨끗한 골목길들이 아기자기하게 뻗어있다. 저쪽 골목 사이로 한 50대 후반의 남자가 하얀 운동복 차림으로 사뿐사뿐 달려온다. (에피소드2의 주인공인) 조깅아저씨이다. 보기좋게 희끗희끗한 머리칼과와 금테안경 너머로 보이는 날카로운 눈빛이 지적인 느낌을 준다.
S#2. 어느집 대문앞
벌 써 동네를 몇 바퀴나 돌았는듯, 얼굴에 땀히 맺히고 숨을 몰아쉬는 조깅 아저씨. 어느 저택 대문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하는데, 숨이 차고 갈증이 나는지 약간 찌푸린 표정으로 어깨 운동을 한다. 마침 옆을 보니 큰 대문밑에 아침에 배달된 우유 두개가 가지런히 놓여있다. 숨을 몰아쉬며 물끄러미 우유를 바라보는 조깅 아저씨. 갑자기 주위를 몇번 둘러보더니 자연스럽게 우유한개를 집어든다. 마치 늘 해오던 도둑질인양, 아주 자연스럽고 품위있는 동작이다. 꿀떡꿀떡, 남의 집 우유를 마셔대는 조깅아저씨의 시원한 표정. 우유를 마시고 있는데 눈 앞에 웬 소년하나가 나타난다. 움찔 놀랐지만 곧 안심하는 죠깅아저씨. 조간신문 집어넣으러 온 신문배달 소년의 등장. 약간 꺼칠한 피부에 짧은 머리의 고교생. 매우 순해보이면서도, 멍멍한 표정. 그러나 화가나면 울컥할것 같은 인상을 준다. 죠깅아저씨, 자연스럽게 손을 내민다. 신문 배달소년은 그가 집주인인줄 알고 신문을 직접 그에게 준다.
조깅아저씨 : "어이 ...여 신문 이리다우. (우유 내밀며) 옛다 우유 하나 먹어라."
배달 소년 :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
조깅아저씨 : "아침부터 수고 많은데 사양말구!"
배달 소년 : "고맙습니다."
조깅아저씨 : (화면 밖으로 사라지며) "어으 시원하다!"
남 의 집 우유를 가지고 선심쓰듯 쥐어준 후, 유유히 사라지는 조깅 아저씨 잠시 어리둥절하던 배달소년, 한동안 특유의 멍한 표정으로 서있다. 그러나 곧 잘 됐다 싶어 우유를 먹으려고 팩을 벌리는 소년. 이때 뒤에서 대문이 슥 열리며 그집 아줌마가 나온다. 소년이 우유를 들고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라는 아줌마, 황당한 표정을 짓는다.(둥근 얼굴에 매서운 눈초리, 압도적인 체구를 지닌 폭력아줌마. 일하는 아줌마 인데도 웬만한 집 마나님 못지않은 풍모) 특유의 멍한 표정으로 아무말도 못하고 굳어버린 배달소년. 서로를 쳐다보는 두 사람.
폭력아줌마 : "너구나, 매일 아침 없어진다 했더니..... 하나도 모자라서 두개 씩이나 쳐먹어! 내 걸리면 작살낼 참이었다, 이자식아!"
배달소년 : (너무나 황당하여) "아니....저 아저씨가 주신거예요."
폭력아줌마 : (일보전진, 철퍽 때리며) "아저씨? 안에서 주무신다. 이 새꺄!"
배달소년 : (삼보 후퇴, 몸을 사리며) "아니... 저..."
폭력아줌마 : "야 내일부터 신문 넣지마. 조선일보 사절이야. ... "
지금 벌어진 상황들이 자신의 두뇌회전으로는 전혀 정리가 되지 않는듯, 황당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배달소년. 대문으로 돌아가던 폭력아줌마, 갑자기 획 돌아서며 배달소년에게 다시온다. 다시 움찔하는 배달소년.
폭력 아줌마 : (신문 한장을 확 잡아채며) "오늘 치는 줘야지"
배달소년 : 아니 저 아저씨가....
아 줌마! 문을 쾅 닫고 대문 안으로 사라지는 폭력 아줌마. 텅빈 골목에 멍하게 홀로 남은 배달소년. 언제 그런일이 있었냐는 듯, 다시금 조용해지는 골목. 지저귀는 새소리와 평화로운 아침햇살이 여전하다. 즐겁게 지나가는 똥개 한마리.
한편 지금까지의 상황을 골목 저편에서 전봇대 사이로 목격한 죠깅 아저씨. 스스로도 조금은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을 짓지만, 신문배달소년의 얼굴이 황당함에서 서서히 분노의 얼굴로 바뀌는 듯한 인상을 받자 섬칫함을 느낀다. 얼른 이 골목을 떠야겠다고 생각한 듯, 사뿐사뿐 달려가는 죠깅 아저씨. 미로 같은 골목들 사이로 달려간다. 한편 배달 소년은 스트레스라도 풀겠다는 듯, 평소의 두배 속도로 골목을 질주하며 신문배달을 한다. 신경질적으로 조선일보를 대문마다 내리 꽂는 소년. 바로 옆동네에 있는 자신의 집을 향해 달려가는 조깅아저씨, 약간 긴장하고 있으나 겉으로는 여유를 가장하고 있어서 누가봐도 평화로운 아침죠깅으로 보일뿐이다. 미로같은 고급주택가의 골목, 이쪽 저쪽에서 신출귀몰이라도 하듯 배달소년이 휙휙 지나가고, 그때마다 전봇대나 옆골목으로 살짝살짝 몸을 숨기는 죠깅 아저씨. 지름길이라도 생각난 듯 골목을 꺾어도는 순간, 골목반대편에서 오던 배달소년과 저만치에서 마주치고 만다. 슬쩍 180도 회전하며 도망가는 죠깅 아저씨. 자신은 계속 아침죠깅을 하는 것인양, 자세를 유지하며 여유있는 척 달려간다. 역시 신문배달만 하는 것인양, 여유있게 달려가는 배달소년. 얼핏보아 이들의 달리기는 추격전으로 보이지 않는다.
점점 빨라지는 죠깅 아저씨. 점점 빨라지는 배달소년. 점점 좁고 꼬불거리는 골목으로 질주해 들어가는 두 사람. (추격전에는 잘 안어울리는 듯한 클래식 기타 연주가 차분히 흘러나오는 가운데) 몹시 빠른 두 사람의 달리기. 그 와중에도 배달소년은 해당되는 집마다 신문을 던져넣으며 달려가고 있다. 두 사람의 달리기는 마치 영원히 계속 될것처럼 보인다.
마 침내 갈라진 골목에서 교묘히 소년을 따돌리고 마는 죠깅 아저씨. 안도하는 표정이 가관이다. 다시금 평화를 되찾은 듯, 조용한 골목길을 사뿐사뿐 뛰어가는 죠깅 아저씨의 모습이 롱샷으로 보여지며 조용한 클래식 기타선율이 울려 퍼진다. 조깅 아저씨가 지나가자 마자 벌컥 열리는 대문. 폭력아줌마가 손에 종이를 들고 나와 대문에 붙인다. "조선일보 사절"이다.
검은 화면. 땅속에서 울리는 듯한 그레고리오 성가가 차분하게 배경음악으로 깔리는 가운데, 에피소드 3의 소제목이 페이드 인.
Episode 3
제3화 고통의 밤
S#1. 요정집 앞(늦은 밤)
고 급 요정으로 보이는 한옥집 대문에서 두 남자 걸어나온다.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두 남자, 술에 취한듯 얼굴이 벌겋다. 오른 쪽의 남자가 (에피소드3의 주인공인) 검은 양복이다. 조금은 날카로운 인상에 몹시 짙은 두 눈썹이 검은 송충이를 연상시킨다.
후배남자 : "선배님요, 제 차로 가시지예....즈그집가서 한잔 더하시도 좋코..." 검은 양복 : (비틀대며) "됐다,마. 집에 갈끼다. 모범택시 떠-억 타면된다 아이가...임마.."
후배남자 : (두 손을 부여잡고, 온몸 수그리며) "그라몬...하여튼 잘 부탁 드립니데이.... 행님만 믿습니더...."
꾸뻑 인사하고 화면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들어와 거듭 굽실대는 후배남자. 그러기를 몇번을 반복한다.
검은 양복 : "아 그래그래 그만하고... 들어가 봐라!"
S#2. 도로변
어느새 혼자가 되어있는 검은 양복. 골목 어두운데서 오줌을 누고 있다. 다눌때쯤 방구도 포득 나온다. 인적이 거의 없는 4차선 도로. 가로등 빛 만이 아스팔트위에 내려닿고 있다.
검은양복 : (띄엄띄엄 지나가는 택시를 향해, 멱따는 소리로) "대-치-동", "로-얄 빌라" "대-치-도-오-옹 ! "
좀처럼 택시가 잡히지 않는다. 속쓰린 표정의 검은 양복, 찌푸린 눈으로 저쪽을 보니 웬 좌석버스 한대가 오고있다. 끽 서는 좌석버스. '대치동'이라고 크게 적혀있다. 잘 됐다 싶어 올라타는 검은 양복.
S#3. 좌석버스 안
비 틀거리며 올라탄 검은 양복, 만원짜리를 요금 통에 밀어 넣는다. 황당한 운전사의 표정에는 아랑곳없이 뒤쪽 자리에 풀썩 엎어지는 검은 양복. 거의 텅빈 버스뒷편에 앉아 졸고있는 검은 양복의 모습. 이러저런 자세와 표정들이 디졸브로 (또는 점프컷으로) 연달아 보여진다.
술에 골아떨어진 검은 양복, 내리지도 않고 계속 잠만 잔다. (육교, 또는 고가도로위에서 찍은) 질주하는 좌석버스의 모습. 얼마나 더 갔는지, 계속 달리고 있는 좌석버스. 차에는 검은 양복 하나 뿐이다. 차 진동에 문득 잠을 깬 검은 양복. 입가의 침을 닦는다. 한쪽 엉덩이를 슥 들면서 방구를 뿍 낀다. 여기가 대체 어딘가...라는 식으로 달리는 창밖을 휘둘러 보는 검은 양복의 얼굴. 내릴곳을 훨씬 지나쳤음을 느꼈는지 똥씹은 표정을 짓는다.
검은양복 : "기사양반 ... 여가 어디고? "
S#4. 도로변
비 틀거리며 버스에서 내리는 검은 양복. 주위를 둘러본다. 낮선 아파트 단지의 풍경. 밤안개가 자욱히 낀 가운데, 개미 새끼 한마리 없는 듯 고요한 도로변을 따라 가로등 불빛만 길게 줄지어 서있다. 가지를 전부 쳐내어 기둥줄기만 남은 가로수들이 가로등 아래마다 불빛을 받고 서있다. 완전히 낭패가 된 표정의 검은 양복.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겠고 몸은 실실 추워진다. 택시를 잡아야 겠는데, 택시는 커녕 주위엔 아무런 차도 안보인다. 저쪽에서 (재수생 정도로 보이는) 남자 하나가 쌕을 메고 걸어오는 것이 보일 뿐. 털레털레 걸어가는 검은양복, 아랫배를 만지며 몸을 살짝 비튼다. 똥이 마렵기 시작한 모양이다.
검은양복 : (땡깡부리듯) " 여- 화장실이 어딨노?"
(재수생)행인 : (손으로 변소방향을 가리킨다) "......"
어 느 곳에서도 화장실이라곤 찾을 수 없는 검은 양복. 인적없는 밤 거리를 헤메인다. 두손으로 가로수를 붙잡고 파르르 떨며 몸을 뒤트는 검은 양복. 똥을 참는 고통이 극도에 달해 보인다. 마침내 길 저쪽에 상가 건물을 하나 발견하고 어기적 어기적 걸어가는 검은 양복. 모든 상점들은 이미 문이 닫혀있다. 다행히 계단 중앙에 있는 화장실을 발견한 검은 양복, 고통과 기쁨이 뒤섞인 얼굴로 달려간다. 그러나 화장실 문은 굳게 잠겨있다. 다시 밤거리를 헤메이는 검은 양복. 극도의 고통을 넘어서서 이제는 식은땀이 흐르는 가운데, 얼굴은 무표정하게 굳어있다. 제대로 걷지도 못한다. 육체적 한계에 도달했는지, 뭔가 비장한 결심이라도 한듯한 표정을 짓는 검은 양복. 옆쪽에 보이는 고층아파트를 향해 뒤뚱비틀 걸어간다.
S#5. 아파트단지 잔디밭
아 파트 뒷쪽의 잔디밭, 꽤 큰 나무들이 여기저기 서있다. 그 사이로 주위를 둘러보며 걸어가는 검은 양복. 그의 목적지는 가장 아랫집 베란다와 잔디밭 사이의 공간이다. 가로등 빛도 별로 닿지 않는, 어두운 베란다 밑 공간에 똥누는 폼으로 앉아있는 검은 양복. 바짝 긴장하며 주위를 둘러본다. 얼굴에 나뭇잎들 그림자가 어른어른 한다. 뭔가 굴욕적이지만, 고통에서 해방될 기대에 부푼듯 혁대를 끄른다.
이 때 잔디밭 저편에서 밤 안개를 가르며 불빛 하나가 흔들흔들 다가온다. 순찰하는 랜턴 불빛과 함께 아파트 경비원이 등장한다. (약간 꾸부정한 체구의 50대 중반 남자) 깜짝 놀라 몸을 숨기는 검은 양복. 벗으려던 바지를 다시 끌어올린다. 경비원의 랜턴 불빛이 잔디밭, 나무사이,베란다등을 휙휙 ?c고 지나간다. 캄캄한 어둠속에서 눈만 반짝이는 검은 양복. 바로 앞 2미터쯤 되는 곳까지 다가온 경비원, 검은 양복을 발견하지 못하고 하품을 하며 지나쳐 간다. 안도의 한숨을 내 쉬는 검은 양복. 순간,'푸득'하고 방구를 끼고 만다. 소리에 놀라 홱 돌아서는 경비원의 랜턴 불빛. 그 빛이 검은 양복의 얼굴에 정통으로 떨어진다. 불빛에 하얗게 떠오른 주인공의 얼굴. 경련을 일으키듯 황당한 얼굴에는 굴욕감과 공포심, 낭패감이 뒤섞여 있다.
경비원 : (너무나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 아니 이보쇼이! 여그서 뭐하는 거여?" 검은양복 : (랜턴 빛에 눈을 찌푸리며) "......"
기가막혀 말을 못잇는 경비원. 창피와 분노가 가득찬 검은 양복의 얼굴.
S#6. 경비실 앞. 지하실
불켜진 경비실과 아파트 현관의 모습이 보인다. 걸어오는 경비원과 그 뒤로 따라오는 검은 양복.
경비원 : "아니, 잔디밭이 무슨 변소여? 미리 붙잡았으니 망정이지, 정말 싸기라두 했으면.....그럼 그걸 누구더러 치우라구잉 !? "
검은양복 : (얼빠진표정으로 땅만 쳐다보며) "......"
경비원 사내가 경비실에 들어가 신문지 한 뭉테기를 꺼내 툭하고 발앞에 던져준다. 멍하면서도 은근히 속이 뒤틀리는 듯한 표정의 검은 양복.
경비원 : "자, 밑에 지하실로 들어가서 일 보라구잉. 관리실 변소는 여그서 한참 멀으니께.
검은양복: (던져준 신문지를 뚱하게 쳐다보며) "......".
경 비원 : (짜증내며) "아 이양반이 말귀를 못?勞틉蘊?... 빨리 일보랑께! (조목조목 타이르는 말투로) 그랑께, 여그다가 일을 봐가지구, 신문지에 싸가지구 나와서 .. 저그 저 쓰레기 통에 버리란 말여. (떠밀듯이)우리도 밤에는 그렇게 혀"
술취한 상태에서도 경비원의 말투와 행동에 괜한 모욕감을 느끼는 검은 양복. 묘하게 뒤틀린 표정을 짓는다. 검은양복, 똥폼을 잡고 호통친다.
검은양복 " 야 ..니 내가 누군지 아나? 당장 전화 갖고온나 임마! 관리소장 오라캐라, 내가"
카메라가 경비실쪽으로 빠져나오면 소리도 안들리는데 계속 꽥꽥거리는 검은 양복의 롱샷이 보여진다.
어 느새 지하실에 내려와 있는 검은 양복. 한 손에 신문지 뭉치를 들고 있다. 높은 천장에 띄엄띄엄 매달린 백열등 불빛이 괴기스럽게도 보이는 지하실 풍경. 굵고 가는 파이프들이 벽과 천장을따라 길게 뻗어있고 바닥엔 먼지가 자욱하다. 계단 바로 옆에는 냉장고와 까스렌지, 전기밥솥, 경비원들의 옷걸이, 주전자 등등이 보인다. (실제로 아파트 경비원들은 지하실공간에 이런저런 살림살이와 대.소변을 해결하는 장소를 따로 마련해놓고 생활한다.)
검은 양복, 바닥에 신문지를 편다. 마침내 고통에서 해방되는 기쁨은 찾아볼 수 없고, 오로지 이 굴욕적인 상황자체와 경비원에 대한 분노로 가득차있는 듯 보인다. 허리띠를 풀려다 말고 잠시 묘한 표정을 짓는 검은 양복. 술기운 까지 남아 벌겋게 달아오른, 그 광기어린 얼굴로 카메라 다가간다.
경 비실 앞쪽. 뭔가 섬뜩한 얼굴로 걸어나오는 검은 양복. 손에는 신문지 뭉치를 들고 있다. 그 뒤쪽으로 불켜진 경비실과 그 속에서 쯧쯧하며 바라보는 경비원의 얼굴이 점점 멀어져 간다. 아까 경비원이 얘기했던 대형 쓰레기 트레일러 앞. 검은 양복, 손에 든 신문지 뭉치를 휙하고 내던진다.
이상하게도 그 속에는 똥이 없다. 신문지들만이 낱낱이 바람에 흩날린다. 가로등 불?뻐湧? 늘어선 도로변으로 멀어져 가는 검은 양복의 뒷모습.
S#7.
시 간이 경과한듯, 경비실에서 앉은 채 졸고있는 경비원의 모습. -디졸브-. 물방울이 똑똑 떨어지는 사운드와 함께 백열등이 켜진 컴컴한 지하실의 롱 샷 - 디졸브 - 계속되는 물방울 사운드와 함께, 끝없이 길게 뻗은 지하실의 파이프라인들을 따라 느리게 트랙킹하는 화면 - 디졸브 -. 계단옆의 냉장고, 전기밥솥 등등이 백열전구 불빛을 받고 있는 화면. 점점 커지는 물방울 소리와 함께 카메라 서서히 전기밥솥을 향해 트랙인, 화면 가득히 전기 밥솥이 클로즈 업되고 ...
페이드 아웃.
---THE END---
봉준호 (지리멸렬)
1969년 출생.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졸업.
한국 영화아카데미 11기 졸업.
1993 <백색인> 16mm. 15분.
▶신영 청소년 영화제 장려상 수상 (94)
1994 <프레임 속의 기억> 16mm.
▶밴쿠버 국제 영화제 초청 (94)
▶홍콩 국제영화제 초청 (95)
1994 <지리멸렬> 16mm. 30분.
▶밴쿠버 국제 영화제 초청 (95)
▶홍콩 국제 영화제 초청 (96)
1995 <맥주가 애인보다 좋은 일곱가지 이유>
(제작 시네마서비스, 감독 박종원) 연출부1997 <모텔 선인장> (제작 우노필름,
감독 박기용) 조감독. 공동각본
1998 <유령> (제작 우노필름, 감독 민병천)
공동각본
2000 <플란다스의 개> (35mm. 108분.
우노필름 제작) 각본. 감독
▶스페인 산세바스찬 국제영화제 공식경쟁
부문 초청 (2000)
▶밴쿠버 국제영화제 용호상 부문 초청
(2000)
▶동경 국제영화제 시네마 프리즘 섹션 초청
(2000)
▶런던 국제영화제 초청 (2000)
▶미국 슬램댄스 국제영화제 편집상 수상
(2001)
▶로테르담 국제영화제 초청 (2001)
▶홍콩 국제영화제 국제비평상 연맹상
(FIPRESCI Award) 수상
▶뮌헨 국제영화제 High Hopes Award
(신인감독상) 수상
2001 <날 보러와요> (싸이더스우노필름 제작)
각색, 감독 (준비작업 중)
email : bongtic@hanmail.net
Episode 1
제1화 바퀴벌레
S#1. 캠퍼스 숲길(낮)
대 학 캠퍼스의 조용하고 깨끗한 아스팔트 길. 주위는 온통 숲이 우거져 있다. (에피소드 1의 주인공인) 길 교수가 기분좋은 표정으로 걸어가고 있다. 저편 멀리 자신의 교수실이 있는 인문관 건물을 바라보는 길교수. 작은 몸집에 온화한 얼굴. 품위있으면서도 세련된 양복을 입고있다. 길교수의 또깍또각 구두소리가 숲속의 벌레소리, 새소리와 어우러져 상쾌하게 들린다. 저 앞쪽에서 걸어가는 여대생이 누군가 보니 과대표 김양이다. 단정하면서도 아주 싱싱한 매력을 풍기는 외모이다. 김양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계속 걸어가는 길교수. 김양은 어깨 양끝에 살짝 걸쳐지는 상의를 입고 있다. 섹시하게 느껴진다는 듯 묘한 표정짓는 길 교수. 길교수의 상상장면 - 걸음을 재촉해서 몰래 김양의 뒷쪽으로 다가가는 길교수. 손에 닿을만큼 바짝 다가간다. 양 손가락으로 김양의 양쪽 어깨끝을 '톡'치자, 양 어깨끝에 살짝 걸친 상의가 툭 떨어져 내린다. 깜짝 놀라는 김양. 그 순간 커트되면, 처음처럼 멀찍이 떨어져서 걸어가고 있는 김양과 길교수. 인기척에 뒤 돌아본 김양이 반갑게 인사를 한다.
" 안녕하세요 "
얼떨하면서도 반가운 표정으로 인사받는 길 교수.
S#2. 길교수의 방
인 문관 6층에 있는 길교수의 방. 갈색 톤의 책상과 책장, 꽉 들어찬 전공서적들, 전형적인 대학교수의 교수실 모습. 창가의 책상에서 뭔가 전공서적을 뒤척이고 있는 듯이 보이는 길교수. 카메라 이동해 들어가면, 길교수가 보고있는 것이 도색잡지임이 보인다. 사진들 중에서도 특히나 세련된 것인지, 어느 한 페이지를 몹시 집중된 표정으로 감상하는 길 교수. 길교수의 시점화면으로 그 누드사진이 보여진다. 이때 깜짝 놀라듯 시계를 쳐다보는 길교수, 강의 시간이 약간 지났음을 발견한다. 허겁지겁 교재들을 챙겨 교수실을 빠져나가는 길선생.
S#3. 엘리베이터
6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길교수. 닫히는 문너머로 이런저런 교재들을 추스리는 길교수의 모습이 보인다.
S#4. 강의실-계단-길교수의 방
인문관 1 층 작은 강의실. 열강하는 길교수의 모습. 몹시 진지하게 보이며 학생들도 집중하고 있는 듯 하다. 맨 앞줄에 과대표 김양의 모습도 보인다.
길 교수 강의 : "오늘은 현대 사회 심리학에서 중요한 부분인 아도르노의 '권위주의적 성격', The Authoritarian Personality 에 대해 공부해 보겠습니다. 이 이론은 아도르노가 反 유태인 감정의 근원을 조사하기 위해 행한 연구의 결과로서.... 모두 9가지의 심리적 특성으로 나뉘어 지는 것입니다."
강의 도중 잠시 무엇인가 생각난 듯, 자신의 가방과 파일들을 뒤적거리는 길교수. '아차' 하는 당황한 표정을 짓는다.
길교수: "저 미안한데요, 여러분한테 나눠줄 복사물을 깜빡 놓고 왔네요. 내방 책상위에 있는데, 누가 좀 갖다줄래요?"
역시 과대표 김양이 즉시 나선다. 가벼운 미소를 짓는 길교수.
길교수 : (나가는 김양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육층 내방 알죠? 방문은 열려 있을 거예요.." (칠판으로 돌아서며) 자 그 첫번째 특성 "인습주의"...
다 시 강의를 계속하려는 찰나, 갑자기 소스라치듯 놀라는 길교수의 얼굴.(이때 순간적인 인서트 컷) - 길교수의 방 책상위에, 즉 김양이 가지러간 복사물 바로옆에, 그대로 펼쳐진 채 놔두고 온 도색잡지의 사진 - 전율과 경악에 뒤범벅되어 잠시간 움직이지도 못하는 길교수.
길교수 : (강의실 밖으로 뛰쳐나가며) "아, 여러분 5분간 휴식입니다!."
학생들 의 어리둥절한 표정. 김양을 붙잡기 위해 뛰어가는 길교수. 엘리베이터에 올라타는 사람들 사이로 김양의 모습이 보인다. 길교수, 김양의 이름을 부르지만 이미 엘리베이터는 6층으로 출발해버린다.(여기서부터 엘리베이터속의 김양과, 계단을 뛰어 올라가는 길교수의 교차편집) 엘리베이터엔 다른 학생들도 꽤 있어서 매층마다 스톱하며 사람이 내린다. 그러나 계단의 길교수, 체력의 한계인지 쉽게 따라잡지 못한다. 6층에 도착한 엘리베이터. 김양이 걸어나와 길교수의 방으로 걸어간다. 카메라 팬(또는 이동)하면 옆 계단에서 헐떡이며 뛰어올라온 길교수의 모습이 보인다. 길교수, 김양이 시야에 들어왔으나, 벌써 김양은 자신의 교수실 문짝 바로 앞까지 걸어가 있다.
길교수 : "김양! 잠깐만". (김양이 뒤돌아보자) "아, 미안해요 김양. 내가 방문 잠궈놓고 온 걸 깜빡 잊고 말이지... 열쇠가..."
일단 김양을 세워놓고, 여유있는 척 걸어가는 길 교수. 주머니에서 방열쇠를 찾는 척 뒤적거린다.
과대표 김양 : (슥 하고 방문 손잡이를 돌려보며) " 열려 있는데요....."
사 뿐히 방안으로 들어가는 김양. 다시 경악하는 표정의 길교수, 번개같이 대쉬한다. 방문에 들어서자 마자 문옆 선반의 넓직한 백과사전을 집어던지는 길교수. 공중을 날으는 백과사전, (고속촬영)앞서가는 김양의 어깨옆을 지나, 포물선을 그리며 길교수 책상위에 정확히 떨어진다. 도색잡지를 절묘하게 덮어 가리는 백과사전.
과대표김양 : (깜짝 놀랐다가,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어머, 교수님 . 뭐 하시는 거예요?"
길교수 : (숨이 차 헐떡이나, 여유를 되찾은 듯) "아..바퀴벌레가 책상위에.."
과대표김양 : "어머 세상에 별일두.... "
별 일도 다있다는 표정의 김양, 참 재미있는 분이라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복사물을 가지고 밖으로 나간다. 길교수,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창문을 연다. 창밖을 보며 땀을 닦는 여유로운 길교수의 모습이 건물밖에서 잡은 익스트림 롱샷으로 보여진다.
페이드 아웃.
검은 화면에 에피소드 2 의 타이틀이 뜬다. 에피소드 2의 전체 분위기를 나타내는듯, 잔잔하고 서정적인 느낌까지 주는 클래식기타가 조용히 흘러나온다. 자막 페이드 아웃 되면 아름다운 주택가 골목.
Episode 2
제2화 골목밖으로
S#1. 골목길(아침)
햇 살이 상쾌하게 부서지는 이른 아침. 삼청동(또는 가회동 같은) 아름다운 주택가. 품격있는 저택들 사이로 깨끗한 골목길들이 아기자기하게 뻗어있다. 저쪽 골목 사이로 한 50대 후반의 남자가 하얀 운동복 차림으로 사뿐사뿐 달려온다. (에피소드2의 주인공인) 조깅아저씨이다. 보기좋게 희끗희끗한 머리칼과와 금테안경 너머로 보이는 날카로운 눈빛이 지적인 느낌을 준다.
S#2. 어느집 대문앞
벌 써 동네를 몇 바퀴나 돌았는듯, 얼굴에 땀히 맺히고 숨을 몰아쉬는 조깅 아저씨. 어느 저택 대문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하는데, 숨이 차고 갈증이 나는지 약간 찌푸린 표정으로 어깨 운동을 한다. 마침 옆을 보니 큰 대문밑에 아침에 배달된 우유 두개가 가지런히 놓여있다. 숨을 몰아쉬며 물끄러미 우유를 바라보는 조깅 아저씨. 갑자기 주위를 몇번 둘러보더니 자연스럽게 우유한개를 집어든다. 마치 늘 해오던 도둑질인양, 아주 자연스럽고 품위있는 동작이다. 꿀떡꿀떡, 남의 집 우유를 마셔대는 조깅아저씨의 시원한 표정. 우유를 마시고 있는데 눈 앞에 웬 소년하나가 나타난다. 움찔 놀랐지만 곧 안심하는 죠깅아저씨. 조간신문 집어넣으러 온 신문배달 소년의 등장. 약간 꺼칠한 피부에 짧은 머리의 고교생. 매우 순해보이면서도, 멍멍한 표정. 그러나 화가나면 울컥할것 같은 인상을 준다. 죠깅아저씨, 자연스럽게 손을 내민다. 신문 배달소년은 그가 집주인인줄 알고 신문을 직접 그에게 준다.
조깅아저씨 : "어이 ...여 신문 이리다우. (우유 내밀며) 옛다 우유 하나 먹어라."
배달 소년 :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
조깅아저씨 : "아침부터 수고 많은데 사양말구!"
배달 소년 : "고맙습니다."
조깅아저씨 : (화면 밖으로 사라지며) "어으 시원하다!"
남 의 집 우유를 가지고 선심쓰듯 쥐어준 후, 유유히 사라지는 조깅 아저씨 잠시 어리둥절하던 배달소년, 한동안 특유의 멍한 표정으로 서있다. 그러나 곧 잘 됐다 싶어 우유를 먹으려고 팩을 벌리는 소년. 이때 뒤에서 대문이 슥 열리며 그집 아줌마가 나온다. 소년이 우유를 들고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라는 아줌마, 황당한 표정을 짓는다.(둥근 얼굴에 매서운 눈초리, 압도적인 체구를 지닌 폭력아줌마. 일하는 아줌마 인데도 웬만한 집 마나님 못지않은 풍모) 특유의 멍한 표정으로 아무말도 못하고 굳어버린 배달소년. 서로를 쳐다보는 두 사람.
폭력아줌마 : "너구나, 매일 아침 없어진다 했더니..... 하나도 모자라서 두개 씩이나 쳐먹어! 내 걸리면 작살낼 참이었다, 이자식아!"
배달소년 : (너무나 황당하여) "아니....저 아저씨가 주신거예요."
폭력아줌마 : (일보전진, 철퍽 때리며) "아저씨? 안에서 주무신다. 이 새꺄!"
배달소년 : (삼보 후퇴, 몸을 사리며) "아니... 저..."
폭력아줌마 : "야 내일부터 신문 넣지마. 조선일보 사절이야. ... "
지금 벌어진 상황들이 자신의 두뇌회전으로는 전혀 정리가 되지 않는듯, 황당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배달소년. 대문으로 돌아가던 폭력아줌마, 갑자기 획 돌아서며 배달소년에게 다시온다. 다시 움찔하는 배달소년.
폭력 아줌마 : (신문 한장을 확 잡아채며) "오늘 치는 줘야지"
배달소년 : 아니 저 아저씨가....
아 줌마! 문을 쾅 닫고 대문 안으로 사라지는 폭력 아줌마. 텅빈 골목에 멍하게 홀로 남은 배달소년. 언제 그런일이 있었냐는 듯, 다시금 조용해지는 골목. 지저귀는 새소리와 평화로운 아침햇살이 여전하다. 즐겁게 지나가는 똥개 한마리.
한편 지금까지의 상황을 골목 저편에서 전봇대 사이로 목격한 죠깅 아저씨. 스스로도 조금은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을 짓지만, 신문배달소년의 얼굴이 황당함에서 서서히 분노의 얼굴로 바뀌는 듯한 인상을 받자 섬칫함을 느낀다. 얼른 이 골목을 떠야겠다고 생각한 듯, 사뿐사뿐 달려가는 죠깅 아저씨. 미로 같은 골목들 사이로 달려간다. 한편 배달 소년은 스트레스라도 풀겠다는 듯, 평소의 두배 속도로 골목을 질주하며 신문배달을 한다. 신경질적으로 조선일보를 대문마다 내리 꽂는 소년. 바로 옆동네에 있는 자신의 집을 향해 달려가는 조깅아저씨, 약간 긴장하고 있으나 겉으로는 여유를 가장하고 있어서 누가봐도 평화로운 아침죠깅으로 보일뿐이다. 미로같은 고급주택가의 골목, 이쪽 저쪽에서 신출귀몰이라도 하듯 배달소년이 휙휙 지나가고, 그때마다 전봇대나 옆골목으로 살짝살짝 몸을 숨기는 죠깅 아저씨. 지름길이라도 생각난 듯 골목을 꺾어도는 순간, 골목반대편에서 오던 배달소년과 저만치에서 마주치고 만다. 슬쩍 180도 회전하며 도망가는 죠깅 아저씨. 자신은 계속 아침죠깅을 하는 것인양, 자세를 유지하며 여유있는 척 달려간다. 역시 신문배달만 하는 것인양, 여유있게 달려가는 배달소년. 얼핏보아 이들의 달리기는 추격전으로 보이지 않는다.
점점 빨라지는 죠깅 아저씨. 점점 빨라지는 배달소년. 점점 좁고 꼬불거리는 골목으로 질주해 들어가는 두 사람. (추격전에는 잘 안어울리는 듯한 클래식 기타 연주가 차분히 흘러나오는 가운데) 몹시 빠른 두 사람의 달리기. 그 와중에도 배달소년은 해당되는 집마다 신문을 던져넣으며 달려가고 있다. 두 사람의 달리기는 마치 영원히 계속 될것처럼 보인다.
마 침내 갈라진 골목에서 교묘히 소년을 따돌리고 마는 죠깅 아저씨. 안도하는 표정이 가관이다. 다시금 평화를 되찾은 듯, 조용한 골목길을 사뿐사뿐 뛰어가는 죠깅 아저씨의 모습이 롱샷으로 보여지며 조용한 클래식 기타선율이 울려 퍼진다. 조깅 아저씨가 지나가자 마자 벌컥 열리는 대문. 폭력아줌마가 손에 종이를 들고 나와 대문에 붙인다. "조선일보 사절"이다.
검은 화면. 땅속에서 울리는 듯한 그레고리오 성가가 차분하게 배경음악으로 깔리는 가운데, 에피소드 3의 소제목이 페이드 인.
Episode 3
제3화 고통의 밤
S#1. 요정집 앞(늦은 밤)
고 급 요정으로 보이는 한옥집 대문에서 두 남자 걸어나온다.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두 남자, 술에 취한듯 얼굴이 벌겋다. 오른 쪽의 남자가 (에피소드3의 주인공인) 검은 양복이다. 조금은 날카로운 인상에 몹시 짙은 두 눈썹이 검은 송충이를 연상시킨다.
후배남자 : "선배님요, 제 차로 가시지예....즈그집가서 한잔 더하시도 좋코..." 검은 양복 : (비틀대며) "됐다,마. 집에 갈끼다. 모범택시 떠-억 타면된다 아이가...임마.."
후배남자 : (두 손을 부여잡고, 온몸 수그리며) "그라몬...하여튼 잘 부탁 드립니데이.... 행님만 믿습니더...."
꾸뻑 인사하고 화면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들어와 거듭 굽실대는 후배남자. 그러기를 몇번을 반복한다.
검은 양복 : "아 그래그래 그만하고... 들어가 봐라!"
S#2. 도로변
어느새 혼자가 되어있는 검은 양복. 골목 어두운데서 오줌을 누고 있다. 다눌때쯤 방구도 포득 나온다. 인적이 거의 없는 4차선 도로. 가로등 빛 만이 아스팔트위에 내려닿고 있다.
검은양복 : (띄엄띄엄 지나가는 택시를 향해, 멱따는 소리로) "대-치-동", "로-얄 빌라" "대-치-도-오-옹 ! "
좀처럼 택시가 잡히지 않는다. 속쓰린 표정의 검은 양복, 찌푸린 눈으로 저쪽을 보니 웬 좌석버스 한대가 오고있다. 끽 서는 좌석버스. '대치동'이라고 크게 적혀있다. 잘 됐다 싶어 올라타는 검은 양복.
S#3. 좌석버스 안
비 틀거리며 올라탄 검은 양복, 만원짜리를 요금 통에 밀어 넣는다. 황당한 운전사의 표정에는 아랑곳없이 뒤쪽 자리에 풀썩 엎어지는 검은 양복. 거의 텅빈 버스뒷편에 앉아 졸고있는 검은 양복의 모습. 이러저런 자세와 표정들이 디졸브로 (또는 점프컷으로) 연달아 보여진다.
술에 골아떨어진 검은 양복, 내리지도 않고 계속 잠만 잔다. (육교, 또는 고가도로위에서 찍은) 질주하는 좌석버스의 모습. 얼마나 더 갔는지, 계속 달리고 있는 좌석버스. 차에는 검은 양복 하나 뿐이다. 차 진동에 문득 잠을 깬 검은 양복. 입가의 침을 닦는다. 한쪽 엉덩이를 슥 들면서 방구를 뿍 낀다. 여기가 대체 어딘가...라는 식으로 달리는 창밖을 휘둘러 보는 검은 양복의 얼굴. 내릴곳을 훨씬 지나쳤음을 느꼈는지 똥씹은 표정을 짓는다.
검은양복 : "기사양반 ... 여가 어디고? "
S#4. 도로변
비 틀거리며 버스에서 내리는 검은 양복. 주위를 둘러본다. 낮선 아파트 단지의 풍경. 밤안개가 자욱히 낀 가운데, 개미 새끼 한마리 없는 듯 고요한 도로변을 따라 가로등 불빛만 길게 줄지어 서있다. 가지를 전부 쳐내어 기둥줄기만 남은 가로수들이 가로등 아래마다 불빛을 받고 서있다. 완전히 낭패가 된 표정의 검은 양복.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겠고 몸은 실실 추워진다. 택시를 잡아야 겠는데, 택시는 커녕 주위엔 아무런 차도 안보인다. 저쪽에서 (재수생 정도로 보이는) 남자 하나가 쌕을 메고 걸어오는 것이 보일 뿐. 털레털레 걸어가는 검은양복, 아랫배를 만지며 몸을 살짝 비튼다. 똥이 마렵기 시작한 모양이다.
검은양복 : (땡깡부리듯) " 여- 화장실이 어딨노?"
(재수생)행인 : (손으로 변소방향을 가리킨다) "......"
어 느 곳에서도 화장실이라곤 찾을 수 없는 검은 양복. 인적없는 밤 거리를 헤메인다. 두손으로 가로수를 붙잡고 파르르 떨며 몸을 뒤트는 검은 양복. 똥을 참는 고통이 극도에 달해 보인다. 마침내 길 저쪽에 상가 건물을 하나 발견하고 어기적 어기적 걸어가는 검은 양복. 모든 상점들은 이미 문이 닫혀있다. 다행히 계단 중앙에 있는 화장실을 발견한 검은 양복, 고통과 기쁨이 뒤섞인 얼굴로 달려간다. 그러나 화장실 문은 굳게 잠겨있다. 다시 밤거리를 헤메이는 검은 양복. 극도의 고통을 넘어서서 이제는 식은땀이 흐르는 가운데, 얼굴은 무표정하게 굳어있다. 제대로 걷지도 못한다. 육체적 한계에 도달했는지, 뭔가 비장한 결심이라도 한듯한 표정을 짓는 검은 양복. 옆쪽에 보이는 고층아파트를 향해 뒤뚱비틀 걸어간다.
S#5. 아파트단지 잔디밭
아 파트 뒷쪽의 잔디밭, 꽤 큰 나무들이 여기저기 서있다. 그 사이로 주위를 둘러보며 걸어가는 검은 양복. 그의 목적지는 가장 아랫집 베란다와 잔디밭 사이의 공간이다. 가로등 빛도 별로 닿지 않는, 어두운 베란다 밑 공간에 똥누는 폼으로 앉아있는 검은 양복. 바짝 긴장하며 주위를 둘러본다. 얼굴에 나뭇잎들 그림자가 어른어른 한다. 뭔가 굴욕적이지만, 고통에서 해방될 기대에 부푼듯 혁대를 끄른다.
이 때 잔디밭 저편에서 밤 안개를 가르며 불빛 하나가 흔들흔들 다가온다. 순찰하는 랜턴 불빛과 함께 아파트 경비원이 등장한다. (약간 꾸부정한 체구의 50대 중반 남자) 깜짝 놀라 몸을 숨기는 검은 양복. 벗으려던 바지를 다시 끌어올린다. 경비원의 랜턴 불빛이 잔디밭, 나무사이,베란다등을 휙휙 ?c고 지나간다. 캄캄한 어둠속에서 눈만 반짝이는 검은 양복. 바로 앞 2미터쯤 되는 곳까지 다가온 경비원, 검은 양복을 발견하지 못하고 하품을 하며 지나쳐 간다. 안도의 한숨을 내 쉬는 검은 양복. 순간,'푸득'하고 방구를 끼고 만다. 소리에 놀라 홱 돌아서는 경비원의 랜턴 불빛. 그 빛이 검은 양복의 얼굴에 정통으로 떨어진다. 불빛에 하얗게 떠오른 주인공의 얼굴. 경련을 일으키듯 황당한 얼굴에는 굴욕감과 공포심, 낭패감이 뒤섞여 있다.
경비원 : (너무나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 아니 이보쇼이! 여그서 뭐하는 거여?" 검은양복 : (랜턴 빛에 눈을 찌푸리며) "......"
기가막혀 말을 못잇는 경비원. 창피와 분노가 가득찬 검은 양복의 얼굴.
S#6. 경비실 앞. 지하실
불켜진 경비실과 아파트 현관의 모습이 보인다. 걸어오는 경비원과 그 뒤로 따라오는 검은 양복.
경비원 : "아니, 잔디밭이 무슨 변소여? 미리 붙잡았으니 망정이지, 정말 싸기라두 했으면.....그럼 그걸 누구더러 치우라구잉 !? "
검은양복 : (얼빠진표정으로 땅만 쳐다보며) "......"
경비원 사내가 경비실에 들어가 신문지 한 뭉테기를 꺼내 툭하고 발앞에 던져준다. 멍하면서도 은근히 속이 뒤틀리는 듯한 표정의 검은 양복.
경비원 : "자, 밑에 지하실로 들어가서 일 보라구잉. 관리실 변소는 여그서 한참 멀으니께.
검은양복: (던져준 신문지를 뚱하게 쳐다보며) "......".
경 비원 : (짜증내며) "아 이양반이 말귀를 못?勞틉蘊?... 빨리 일보랑께! (조목조목 타이르는 말투로) 그랑께, 여그다가 일을 봐가지구, 신문지에 싸가지구 나와서 .. 저그 저 쓰레기 통에 버리란 말여. (떠밀듯이)우리도 밤에는 그렇게 혀"
술취한 상태에서도 경비원의 말투와 행동에 괜한 모욕감을 느끼는 검은 양복. 묘하게 뒤틀린 표정을 짓는다. 검은양복, 똥폼을 잡고 호통친다.
검은양복 " 야 ..니 내가 누군지 아나? 당장 전화 갖고온나 임마! 관리소장 오라캐라, 내가"
카메라가 경비실쪽으로 빠져나오면 소리도 안들리는데 계속 꽥꽥거리는 검은 양복의 롱샷이 보여진다.
어 느새 지하실에 내려와 있는 검은 양복. 한 손에 신문지 뭉치를 들고 있다. 높은 천장에 띄엄띄엄 매달린 백열등 불빛이 괴기스럽게도 보이는 지하실 풍경. 굵고 가는 파이프들이 벽과 천장을따라 길게 뻗어있고 바닥엔 먼지가 자욱하다. 계단 바로 옆에는 냉장고와 까스렌지, 전기밥솥, 경비원들의 옷걸이, 주전자 등등이 보인다. (실제로 아파트 경비원들은 지하실공간에 이런저런 살림살이와 대.소변을 해결하는 장소를 따로 마련해놓고 생활한다.)
검은 양복, 바닥에 신문지를 편다. 마침내 고통에서 해방되는 기쁨은 찾아볼 수 없고, 오로지 이 굴욕적인 상황자체와 경비원에 대한 분노로 가득차있는 듯 보인다. 허리띠를 풀려다 말고 잠시 묘한 표정을 짓는 검은 양복. 술기운 까지 남아 벌겋게 달아오른, 그 광기어린 얼굴로 카메라 다가간다.
경 비실 앞쪽. 뭔가 섬뜩한 얼굴로 걸어나오는 검은 양복. 손에는 신문지 뭉치를 들고 있다. 그 뒤쪽으로 불켜진 경비실과 그 속에서 쯧쯧하며 바라보는 경비원의 얼굴이 점점 멀어져 간다. 아까 경비원이 얘기했던 대형 쓰레기 트레일러 앞. 검은 양복, 손에 든 신문지 뭉치를 휙하고 내던진다.
이상하게도 그 속에는 똥이 없다. 신문지들만이 낱낱이 바람에 흩날린다. 가로등 불?뻐湧? 늘어선 도로변으로 멀어져 가는 검은 양복의 뒷모습.
S#7.
시 간이 경과한듯, 경비실에서 앉은 채 졸고있는 경비원의 모습. -디졸브-. 물방울이 똑똑 떨어지는 사운드와 함께 백열등이 켜진 컴컴한 지하실의 롱 샷 - 디졸브 - 계속되는 물방울 사운드와 함께, 끝없이 길게 뻗은 지하실의 파이프라인들을 따라 느리게 트랙킹하는 화면 - 디졸브 -. 계단옆의 냉장고, 전기밥솥 등등이 백열전구 불빛을 받고 있는 화면. 점점 커지는 물방울 소리와 함께 카메라 서서히 전기밥솥을 향해 트랙인, 화면 가득히 전기 밥솥이 클로즈 업되고 ...
페이드 아웃.
---THE END---
봉준호 (지리멸렬)
1969년 출생.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졸업.
한국 영화아카데미 11기 졸업.
1993 <백색인> 16mm. 15분.
▶신영 청소년 영화제 장려상 수상 (94)
1994 <프레임 속의 기억> 16mm.
▶밴쿠버 국제 영화제 초청 (94)
▶홍콩 국제영화제 초청 (95)
1994 <지리멸렬> 16mm. 30분.
▶밴쿠버 국제 영화제 초청 (95)
▶홍콩 국제 영화제 초청 (96)
1995 <맥주가 애인보다 좋은 일곱가지 이유>
(제작 시네마서비스, 감독 박종원) 연출부1997 <모텔 선인장> (제작 우노필름,
감독 박기용) 조감독. 공동각본
1998 <유령> (제작 우노필름, 감독 민병천)
공동각본
2000 <플란다스의 개> (35mm. 108분.
우노필름 제작) 각본. 감독
▶스페인 산세바스찬 국제영화제 공식경쟁
부문 초청 (2000)
▶밴쿠버 국제영화제 용호상 부문 초청
(2000)
▶동경 국제영화제 시네마 프리즘 섹션 초청
(2000)
▶런던 국제영화제 초청 (2000)
▶미국 슬램댄스 국제영화제 편집상 수상
(2001)
▶로테르담 국제영화제 초청 (2001)
▶홍콩 국제영화제 국제비평상 연맹상
(FIPRESCI Award) 수상
▶뮌헨 국제영화제 High Hopes Award
(신인감독상) 수상
2001 <날 보러와요> (싸이더스우노필름 제작)
각색, 감독 (준비작업 중)
email : bongtic@hanmail.net